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 도중 연단에 뛰어올라 장난을 친 장애 어린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칭찬했다. 교황은 “우리 모두에게 은총에 대해 생각하게 해줬다”고 했다.
28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6세홀 에서 진행된 수요 일반알현 행사 중 웬절 워스(6)군이 연단 위로 올라와 교황 옆을 지키던 스위스 용병의 손을 잡고 주위를 뛰어다녔다. 몬시뇰(가톨릭 교위 성직자)들이 여러 언어로 교리문답을 읽는 엄숙한 자리였다.
아르헨티나 출신 이탈리아인인 소년의 어머니가 황급히 연단 위로 올라와 교황에게 “워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갖고 있다”고 양해를 구하자 교황은 “그대로 놀게 놔두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이를 놔둔 채 연단에서 내려갔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행사에 참석한 신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워스는 말을 할 수 없지만 자신을 표현하며 의사소통을 할 줄 알고 있다. 그는 나에게 ‘신 앞에서 나는 과연 그처럼 자유로운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고 했다. 또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어린이처럼 돼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어린이가 아버지 앞에서 그런 것처럼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미”라며 “워스는 우리 모두에게 이를 전도해줬고, 말할 수 있는 은총에 대해 생각하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워스의 아버지 아리엘 워스씨는 AP 통신에 “워스는 행동장애를 겪고 있고 말하는 것도 제약이 있다. 우리는 집에서 워스가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도록 자유롭게 놓아둔다. 우리는 그의 장애를 감추려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