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임원 중 여성 비율이 3%로 집계됐다.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여성임원 비율(21.8%, 2018년 이코노미스트 발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500대 기업 중 3분의 2가 여전히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29일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금융보험업은 영업이익 기준)의 여성임원 현황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보고서 제출의무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개된 2017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기준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수는 454명으로 전년도(406명)보다 48명이 늘었지만, 전체 임원 중 비율은 3.0%로 0.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성임원이 1명 이상인 기업은 172개로 전년도(164개)보다 8개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기업이 65.6%(328개)를 차지했다.
산업별로는 금융보험업의 여성임원비율이 2016년 2.7%에서 지난해 3.7%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여성임원이 1명 이상 있는 기업의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 역시 금융보험업(45.2%)이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여성임원비율은 각각 2.7%, 1.0%로 전년보다 0.4%포인트, 0.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여성임원비율이 가장 높았던 도소매업은 같은 기간 4.9%에서 4.1%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번 분석을 맡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우수한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기업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컨설팅그룹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12개국 1,000개 이상 기업의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4분위로 나눠 분석했을 때 최상위 기업들이 최하위 기업들보다 영업이익(2017년 기준)은 21%, 장기 가치 창출은 27% 높았다. 또 한국이 성평등 문제를 해결하면 2025년 국내총생산(GDP)이 9% 성장 가능하다고 맥킨지는 전망했다.
여가부는 현재 공공부문에서 시행하는 ‘고위관리직 비율 목표제’를 민간이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춰 여성대표성은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기업경영진과 국민들의 인식개선과 민간부문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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