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미드필더 이승모(20)가 경기 도중 의식을 잃는 아찔한 상황이 나왔지만 심판진의 빠른 대처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이승모는 2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 K리그2(2부) 준플레이오프 원정 경기에서 전반 3분 만에 상대 선수와 부딪혀 고꾸라졌다. 가슴 철렁한 장면이었다. 이승모는 머리부터 떨어졌고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김희곤 주심이 빠르게 대처했다. 즉각 경기를 중단하고 달려와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양 팀 관계자, 의무진도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응급조치를 도왔다.
이승모는 한 동안 누워서 치료를 받다가 그라운드로 들어온 앰뷸런스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스럽게 의식을 차렸고 정밀검진 결과 목뼈에 실금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광주 관계자는 “목 주변 통증은 심하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광주로 돌아가 정밀검진을 다시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프로축구연맹은 매년 동계훈련 때마다 심판들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는데 이런 예방 프로그램 덕에 참사를 면했다.
경기에서는 대전이 1-0으로 승리하며 K리그1(1부) 승격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고종수 대전 감독은 이날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22)을 아예 출전명단에서 빼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황인범은 지난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이날 출전이 예상됐지만 고종수 감독은 선수의 미래를 내다본 결정을 내렸다. 그는 “내가 선수 시절이었던 2001년 부상을 안고 소속팀 (수원 삼성)과 대표팀 경기를 병행하다 십자인대를 다쳐 크게 고생한 적이 있었다”며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오늘 경기가 우리 팀에 매우 중요하지만 황인범의 선수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대전은 대전은 후반 23분 키쭈(27)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키쭈는 박수일(22)의 크로스를 몸을 던져 밀어 넣었다.
두 골이 필요해진 광주는 공격 숫자를 늘렸지만 후반 추가시간 골키퍼 윤평국(26)이 거친 플레이로 페널티킥까지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주심은 당초 퇴장을 선언했다가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경고로 번복했지만 페널티킥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윤평국은 대전 키쭈의 페널티킥을 몸을 날려 막아내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지만 광주는 끝내 대전의 골 문을 열지 못했다.
대전은 다음 달 1일 오후 4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정규리그 3위 부산 아이파크와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벌인다. 정규리그 순위가 낮은 대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지만 부산은 비기기만 해도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한편, 고종수 감독은 경기 후 황인범을 부산전에 기용할 것인지 질문이 나오자 “(무릎) 부상 회복 상태에 따라 출전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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