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서부에 살고 있는 거대한 얼룩소가 온라인에서 더 거대한 화제가 됐다. 호주 언론에서 시작한 유행이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영어권의 온갖 신문ㆍ방송ㆍ통신이 기사거리로 다루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니커스’라는 이름의 거대한 홀스타인 품종 숫소. 중성화 수술을 마쳤고, 몸무게는 1.4톤, 어깨 높이가 194㎝에 이른다. 보통 홀스타인은 어깨높이 120㎝에 몸무게는 680㎏정도 나간다. 이 소는 호주 서부 퍼스 남쪽 마얄러프의 소 방목장에 살고 있는데, 자신보다 작은 소 4,000마리를 이끌고 돌아다니며 육중한 몸매를 자랑한다. 주변 소들이 대부분 갈색 와규종이라 흑백 얼룩이 더 돋보인다.
이 방목장 주인이자 소의 주인인 조프 피어슨은 전세계 언론에서 쏟아지는 취재 요청에 황당할 뿐. 28일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전화 취재에 응한 그는 “통제 불능이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 오늘 오전 4시부터 10분마다 전화가 울린다”라고 말했다. 영국 BBC와 미국 CNN, 일간지 USA투데이와 영국의 주요 타블로이드들이 앞다투어 기사를 냈다.
니커스는 도대체 왜 이렇게 큰 걸까. 피어슨은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단 그가 내놓은 가설은 “오래 살아서”다. 숫소는 2~3세쯤 도축장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니커스는 그 고비를 넘겨 7세까지 멀쩡히 살아 돌아다니고 있으니 부피를 키울 ‘시간’이 있었다. 피어슨은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니커스는 비정상적으로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어슨에 따르면 니커스는 불과 지난달만 해도 육가공업자에게 넘어가 도살될 운명이었다. 그런데 도축장 쪽에서 “소가 너무 커서 도축할 수 없다”고 밝혀 왔다. “기계에 매달아 놓기에는 너무 무겁고, 너무 커서 피를 뽑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도축장 오염의 우려도 있다”는 이유였다.
덕분에 살아남은 니커스는 3,000에이커(약 1만2,000㎡) 넓이의 방목장을 계속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고, 지금은 ‘반짝 스타’가 됐다. 피어슨은 “니커스는 그냥 돌아다니고 있다. 일종의 가구 같은 존재”라면서 “이젠 스타덤에 올랐으니 좀 달라지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겠다”라고 말했다.
관심은 컸지만, 니커스는 기록상 ‘세계에서 가장 큰 숫소’는 아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2010년 이탈리아 로마의 소 전시회에 출품된 키아니나종 숫소 ‘벨리노’의 어깨 높이는 2m 2㎝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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