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예보센터는 미세먼지, 기상청은 황사 관측ㆍ예보로 이원화
중국발 황사가 한반도를 습격한 지난 27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이날 오전 5시까지만 해도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황사가 해당하는 미세먼지(PM10) 농도를 ‘보통’수준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이 이날 낮부터 중국발 황사가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이미 오전 4시20분에 예보했지만, 통합예보센터의 PM10 농도 예보에는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합예보센터 예보관들은 이날 오전 11시가 돼서야 기상청의 기상정보를 적용해 수도권과 대전, 세종, 충청권의 PM10 예보를 ‘나쁨’수준으로 상향했다. 이미 오전 10시 백령도의 PM10 농도가 ‘나쁨(81~150㎍/㎥)’ 수준인 120㎍/㎥까지 올라간 후였다. 이날 PM10 농도는 서울(405㎍), 경기 부천 오정동(543㎍), 충남 당진 송산면(435㎍) 등에서 치솟으며 서울과 경기전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을 정도로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통합예보센터는 27일 밤 11시에도 빗나간 예보를 했다. 다음날인 28일 PM10 농도가 전라도와 제주만 ‘나쁨’을, 나머지 권역은 ‘보통’ 수준을 보일 것이라 예보했지만, 정작 28일 오전 5시 발표에서는 전 권역의 PM10 농도를 ‘나쁨’ 수준으로 상향했다. 실제 전날 서울에 발령됐던 미세먼지 주의보는 이날 오후 1시나 돼서야 해제됐다.
이처럼 통합예보센터의 미세먼지 예보가 한발 늦는 것은 황사 관측과 예보는 기상청이, 미세먼지 예보는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가 나눠서 맡고 있는 구조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 내륙에서 발생한 모래먼지가 날아오는 자연현상으로, 지금까지 기상청이 예보를 해왔다. 이에 반해 통합예보센터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입자 지름 10㎛ 이하 오염물질인 미세먼지(PM10)와 입자 지름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의 등급 예보를 한다. 문제는 통합예보센터가 미세먼지(PM10) 등급을 매길 때 사용하는 모델에는 황사 예보가 적용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황사 예보는 기상청의 업무이기 때문에 황사로 인한 PM10 등급예보를 할 때는 기상청이 발표한 내용을 활용한다”며 “이때 반드시 예보관들이 상호 협의해서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통합예보센터가 PM10 등급 예보 모델에 기상청의 모델을 포함시키고, 기상청 예보관들과의 협의 과정만 줄여도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PM10 예보가 오락가락 한 데는 미세먼지 예측 모델의 정확도가 떨어진 것도 한 몫 했다. 보통 겨울철은 황사가 발원하지 않는 시기인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황사가 발생하면서 모델이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때문에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와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황사와 미세먼지 예보를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황사든 인위적 물질이든 결국은 미세먼지”라며 “양쪽 모델을 일원화하고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면 예보의 질도 높이고 시민들에게 메시지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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