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ㆍ정의당, 바른미래와 공동전선… ‘예산안 볼모’로 배수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 야3당이 선거제도 개혁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립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새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배수의 진을 치기로 하면서, 당장 새해 예산안 처리 시점부터 기약하기 힘들게 됐다. 평화당ㆍ정의당과의 범여권 개혁입법연대가 허물어질 경우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정국주도권이 한국당으로 넘어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야3당은 28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득권 양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를 위한 공동결의대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편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연계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11월 30일까지 (예산안이) 합의 안 되면 이제 본회의로 직권상정 된다"며 “어떤 경우에도 151석이 돼야 (본회의) 의결을 할 수 있는데, 야3당이 빠지고 나서 151석을 채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선 야3당이 돌아설 경우 예산정국에서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을 활용해 여당이 새해 예산안을 독자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석(129석)만으론 예산안을 표결에 붙일 정족수도 채울 수 없다.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고 정국을 강행 돌파할 수 있지만 명분도 실리도 찾기 어렵다. 거대 양당의 밥그릇 지키기로 비춰져 오히려 여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온 중도ㆍ진보 지지층이 이탈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한국당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예산안을 처리한들 실리가 있겠냐”며 “정부ㆍ여당의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졌던 예산안자동부의 조항이 이번엔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혁에 협조하는 것 외에 야3당을 돌려세울 방안도 마땅치 않다. 올해를 넘기면 선거제도 개혁은 물 건너 간다고 보는 야3당의 기류가 어느 때보다 강경하기 때문이다. 평화당 핵심관계자는 “선거제도 개혁은 촛불혁명이 명령한 제1의 정치개혁 과제”라며 “정기국회를 넘겨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데 따른 비판을 받더라도 최우선 개혁과제를 저버릴 순 없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이 이번에 꼭 선거제 개편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언급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야3당은 불신의 눈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두고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후폭풍이 크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조직을 가동해 당의 단일안을 만들기로 한 것도 선거제도 개혁에서 후퇴하기 위한 수순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결의대회에서 “민주당이 뒷짐지고, 한국당이 어느 수준까지 합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것은 결국 한국당과 짬짜미해 선거제도 개혁을 수포로 만들고 거대양당의 왜곡된 정치제도를 유지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야3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하는 등 문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해찬 대표 측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결의대회에서 노예해방선언을 관철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과 유약한 리더십으로 물렁하다며 ‘물태우’란 지적을 받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교해 “문 대통령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며 “링컨의 길을 가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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