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극심한 수준으로 벌어진 것은 경영계와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기업 내 임금인상 투쟁에 몰두했던 노동계도 기여한 게 사실이라는 반성이 적지 않다. 이런 격차 해소에 기여하자는 목적에서 노동계 주도로 노사가 함께 조성한 연대기금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사무금융 우분투 재단’ 출범 토론회를 열고 “노조가 사회연대의 주체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분투 재단은 제2금융권 노사가 공동 출연한 돈으로 비정규직 등을 지원하는 사회연대기금을 관리할 기관이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코사족의 언어로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연대 정신을 뜻하는 말이다.
현재까지 KB증권, KB카드, 에큐온저축은행, 교보증권, 하나카드, 비씨카드, 신한생명 노사가 기금 출연을 약정했다. 향후 3년간 약 60억원을 출연 받기로 약정했으며, 참여하는 금융사가 늘어나면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 재단은 이 돈으로 △비정규직 처우개선 △청년 일자리 창출 △저소득 노동자 고용안정 지원사업 등에 나설 계획이다. 재단은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초대 이사장으로 김성중 전 노사정위원장이 선출됐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노조는 직장과 공장 안에서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인해 귀족노조라는 편견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산별노조가 기업과 공장의 벽을 넘어 연대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산별노조가 사회에 소외된 약자의 불평등과 소득 격차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사회 연대를 기반으로 법제도 개정을 통한 사회 대개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치인들도 재단 출범을 축하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회 양극화 구조에서 대형 노조가 사회공헌을 시작하는 첫 번째 사례이자, 공동체를 향해 내딛는 첫발”이라며 “사무금융노조 하면 파업이나 머리띠 같은 모습만 국민에 전해졌는데 이렇게 우분투라는 사회공헌재단을 출범하게 돼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진짜 강한 노조란 이해관계를 넓히는 노조”라며 “기업의 담을 뛰어넘어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하방연대'를 할 줄 아는 노조야말로 강성노조”라고 강조했다.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노동운동이 사회정치적 발언권을 올리려면 이렇듯 조합원 이익에서 노동계 전체 이익으로, 더 나아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과 함께 전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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