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애플 꺾고 시가총액 장중 한때 1등
모바일에선 밀렸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서 재기
모바일·SNS 중심의 정보기술(IT)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해 2010년대 이후 몰락했다는 평가를 받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부활하고 있다. 최근 특유의 혁신이 주춤한 애플을 꺾고 장중 한때 뉴욕증시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7년간 부동의 1위였던 애플이 자리를 내주며 세계 IT 산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 로이터통신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NYSE)에서 미국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중 한 때 애플의 시가총액을 제치며 8년 만에 세계 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시총 8,467억달러로 애플의 시총 8,465억달러를 앞지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1위 등극은 200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애플이 하락세를 회복하며 거래소 마감 후 다시 1위 자리를 회복했지만, 두 기업은 지난 주말까지 엎치락뒤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실리콘밸리 최고 부흥기인 1970년대부터 IT 산업의 대표 기업이자, 최대 라이벌이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라는 두 동갑내기 천재가 만든 두 회사가 IT 산업을 번갈아 이끌어 온 것.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용 컴퓨터(PC) 운영체제 ‘윈도우’로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시대를 석권했다면,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 등의 혁신으로 2010년대 이후 세계 IT 시장을 지배했다.
모바일 시장 경쟁에서 구글, 애플 등에 밀려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뺏긴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2014년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임명된 나델라 사티아가 주력 사업을 운영체제에서 사무용 클라우드 시스템 서비스로 전환한 것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3분기 기준 아마존(34%)에 이어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2위(13%)로 올라섰다.
반면 애플의 주가는 두달 연속 급격한 하락세다. 지난 10월 미국 기업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던 애플은 두 달도 안 돼 주가가 25% 이상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3,000억달러 이상 증발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끝났다는 예측과 함께 아이폰 XS 등의 고가 정책이 애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정세도 애플에게는 악재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유탄을 맞은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면 중국에서 생산된 노트북과 휴대폰에도 1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은 주력 상품인 아이폰과 맥북의 생산을 대부분 중국의 폭스콘 등에 맡기고 있다.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은 당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이터통신은 “금융시장전문조사기관 레피니티브 소속 35명의 애널리스트 중 33명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의 주가 급락,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개인정보 유출과 광고 규제 등 IT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경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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