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12연패… 공격 절반 짊어지고 안간힘
혈투였다. 2018~19 V리그 개막전 이후 11게임을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한국전력은 27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어떻게든 연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리그 최고 용병을 보유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5세트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장 서재덕(29)과 선수들은 아쉬움에 망연자실했고, 현장을 찾은 일부 팬들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까지 흘렸다. 현대캐피탈 팬으로 경기장을 찾았던 이승엽(35)씨는 “한전 선수들의 투혼이 관중석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제만큼은 한국전력을 응원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28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훈련장에서 만난 서재덕은 전날 경기 여파가 제대로 가시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어제 경기에 대해 그는 “어제는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재덕은 당시 41득점을 올리며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며 고군분투했다. 디그도 8개나 기록하며 끈끈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기록 경신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서재덕은 “지금 그런 개인 기록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면서 “팀이 이기기만 한다면 개인 기록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서재덕의 팀 내 공격 점유율은 무려 31.5%로 다른 팀 외국인 선수 수준이다. 특히 27일 경기에서는 점유율 48.9%로 팀 공격의 절반을 혼자 도맡았다. 작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국가대표 공격수 전광인(28)이 현대캐피탈로 팀을 옮긴데다, 팀 내 외국인 선수도 줄줄이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공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탓이다. 그는 “사실 요즘 온몸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서재덕은 그러나 “내가 외국인 선수만큼 버텨주지 못하면 우리 팀 선수들은 더 힘들 것이란 사실을 잘 안다”면서 “’내가 외국인 선수만큼 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했다.
지난 경기까지 올 시즌 들어 4경기째 5세트 접전을 펼치면서도 모두 패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재덕은 “상대팀이 핀치 상황에서 버티는 힘이 좋았다”면서 “다음 번에 같은 상황이 오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팬들이 너무나 아쉬워할 것 같다’는 질문에 서재덕은 “제 마음도 팬들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 기나긴 시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라며 “팬들도 포기하지 마시고 많은 응원 부탁 드린다.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의왕=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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