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30일부터 18일간 北 철도 공동조사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운행은 분단 후 처음
10년 만에 다시 철마가 남북 철길을 이어 달린다. 28일 남북이 북한 철도 구간 공동조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조사는 30일부터 18일 동안 진행된다. 경의선(개성~신의주)과 동해선(금강산~두만강) 구간의 상태가 모두 점검되고, 총 열차 이동 거리는 왕복 2,600㎞다.
이날 통일부는 남북 철도 북측 구간 현지 공동조사를 30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6일 우리 정부가 29일 공동조사에 들어가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이 하루 뒤인 30일부터 하자고 역제안을 해와 이를 수용했다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남북 간 철도 운행이 재개된 것은 딱 10년 만이다. 10ㆍ4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07년 12월 11일부터 남측 도라산역과 북측 판문역 사이를 주 5차례 오가던 화물 열차의 운행이 2008년 11월 28일 중단됐다.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을 남측 열차가 달리는 건 분단 이후 아예 처음 있는 일이다. 2007년 12월에 일주일간 진행된 공동조사 때는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만 대상에 포함됐었다.
이번 조사는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을 차례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약 400㎞ 길이의 경의선 구간, 내달 8일부터 17일까지 10일간 800㎞가량인 동해선 구간의 레일과 침목 등 철도 시설 상태와 북한의 철도 시스템을 두루 파악할 예정이다.
조사 열차는 일단 남측 경의선 철도 조사단원 28명을 태우고 개성을 출발해 신의주까지 올라갔다가 평양으로 돌아온 뒤 평라선(평양~라진)을 이용해 원산을 거쳐 안변으로 이동한다. 경의선 조사단원은 평양에서 차를 타고 남측으로 복귀한다. 다시 열차는 버스로 안변까지 이동한 남측 동해선 조사단원 28명을 싣고 두만강까지 조사한 다음 원산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여기서 조사단원은 버스로 귀환하고 열차는 다시 평양으로 이동,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오면서 운행이 종료된다. 동해선 금강산역~안변역 구간은 북측 요청에 따라 예외적으로 버스를 이용해 조사된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공동조사에 투입되는 우리 열차는 기관차를 포함해 총 7량이다. 열차는 조사단원의 사무 공간과 식당칸, 침대칸, 발전차 등으로 구성되고 식수ㆍ유류와 조사에 필요한 기구 등이 실릴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아침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도라산역에 도착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환송을 받은 뒤 북으로 향한다. 북측 판문역에서 남측 기관차는 분리ㆍ귀환하고 북측 기관차가 넘겨받아 열차를 끌게 된다.
공동조사 시작으로 남북이 합의한 ‘연내 착공식’도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남북 정상이 착공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제 공사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추진될 것”이라며 “우선 착공식 연내 개최 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조사 결과는 4ㆍ27 판문점선언에 담긴 남북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공동조사가 10년 동안 북한 철도의 변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게 정부 기대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우선 이동 거리에 비해 워낙 빠듯한 조사 기간 탓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없으리라는 게 대체적 지적이다. 철도 직선화나 남북 간 통신ㆍ신호체계 표준화 등 철도 현대화를 위한 기술적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더 큰 장애물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다. 당초 남북이 7월 말부터 하려던 공동조사가 넉 달 넘게 미뤄진 것도 제재 위반 소지에 대한 한미 간 이견 탓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제재 면제가 조사에 국한된 것이어서 향후 남북이 사업을 진전시키려면 추가 면제가 필요하다. 많은 물자가 투입되는 본격 현대화 공사는 제재 해제 이후에나 가능하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남북의 산림병해충 방제 협력을 위해 29일 경의선 육로로 북측 개성 지역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제 50톤을 보낼 예정이다. 남측 방북단은 개성 왕건왕릉 주변 소나무림의 병해충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양묘장 현대화와 산림 보전ㆍ보호를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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