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출 과정이 부정으로 얼룩졌습니다.” 원광대 총장 선출을 놓고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총장 후보자 평가과정에서 불공정 시비가 불거진 데 이어 총장 직선제 요구가 확산하면서 학생과 이사회 간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이 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6일부터 학내 게시판에 대자보를 게시하고 “총장후보자 평가위원회 득표수 집계 실수로 본선에서 경쟁해야 할 후보는 탈락하고 떨어졌어야 할 후보는 본선에 올라갔다”며 “이 상황은 실수가 아니라 연출된 것으로 의심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고 특정세력이 지지하는 총장을 만들기 위해 조작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총학은 이어 “평가위원회는 구조적 폐쇄 속에 권한을 휘두르고 진행과정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며 “학생들은 평가위원회 질의안 제출은 물론 초대받지 못한 존재였고, 수년간 다닌 학교의 총장 얼굴도 모르고 후보자들이 어떤 정책을 세웠는지 알지도 못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평가위원회 회의록과 평가내용 공개 등을 요구했다.
원광대 총장후보자 평가위원회는 최근 서류와 면접심사를 통해 5명의 후보자 중 최하위 점수를 받은 1명을 탈락시키고 4명을 추천했다. 후보에는 교내인사로 석승한(55ㆍ의과대학), 박성태(60ㆍ경영대학), 박맹수(63ㆍ교학대학), 이강래(64ㆍ경영대학) 교수 4명과 외부인사로 김인종(60) 원광보건대 총장이 응모했다.
유일하게 탈락한 김인종 후보는 평가과정이 불공정했다며 최근 법원에 ‘원광대 총장 선임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안팎에서는 원광보건대 총장을 10여년간 맡아오며 능력을 인정받은 김 후보가 최하위 점수를 받고 탈락한 데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학생들은 교내 곳곳에 ‘총장 후보자 평가 득표수 조작? 실수? 부정으로 얼룩진 원광대 총장 선출’ 제목의 대자보와 현수막을 내걸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해집단 간 정치싸움으로 변질된 선거를 바로잡고 올바른 자질을 갖춘 총장을 뽑기 위해 학교 구성원인 학생들이 선거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총장 직선제 도입을 촉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학교법인 원광학원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선출하려던 총장 선임을 연기해 다음달 6일 새 총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새 총장의 임기는 4년으로 12월 23일 취임한다. 원광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요구한 직선제는 받아들일 수 없고 이번 평가위원회의 후보자 심사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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