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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슛, 터지면 전염… KT, 끝까지 양궁 농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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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슛, 터지면 전염… KT, 끝까지 양궁 농구로”

입력
2018.11.29 07: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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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2위 돌풍 이끈 서동철 감독

서동철 KT 감독이 28일 수원 올레빅토리움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원=서재훈 기자
서동철 KT 감독이 28일 수원 올레빅토리움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원=서재훈 기자

프로농구가 농구 대표팀 월드컵 일정에 따라 처음 휴식기를 맞았다. 지금의 프로농구 순위표는 살짝 어색하다.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선두를 질주 중인 울산 현대모비스(15승3패)의 뒤를 바짝 따르는 2위 팀이 꼴찌 후보로 꼽힌 부산 KT(12승6패)라는 게 예상 밖이다.

KT는 2013~14시즌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이후 7위-7위-9위-10위로 바닥을 헤맸다. 특히 지난 시즌에 쌓은 승수는 10승(44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18경기에서 벌써 12승을 거뒀다. 뚜렷한 전력 보강 없이 만들어낸 돌풍이다.

올해 4월 KT의 지휘봉을 잡은 서동철(50) 감독은 부임 첫 시즌 ‘양궁 농구’(3점슛 위주의 공격)라는 확실한 팀 컬러를 구축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3점슛 성공 개수가 6.4개에 그쳤던 팀이 11.2개로 부쩍 늘었다. 팀 득점 역시 83.1점에서 90.4점으로 올랐다.

28일 수원 올레빅토리움 체육관에서 만난 서 감독은 “선수들이 잘해줘 덩달아 칭찬을 받고 있다”며 “주위에서 양궁 농구가 재미 있다는 얘기들을 해주는데, 이 기조를 끝까지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과감하게 외곽슛을 던지는 농구로 위력을 떨쳤다.

당초 서 감독은 3점포 빈도를 지금처럼 높일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개막 2경기 만에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쓰고 영입한 데이빗 로건이 합류한 뒤 본격적인 양궁 농구가 시작됐다. 서 감독은 “국내 선수들 만으로는 공격적인 농구를 하는데 부족할 수 있어 외국인 선수를 슈팅 능력이 좋은 선수로 찾았다”며 “로건과 마커스 랜드리가 끌어주고 국내 선수들이 잘 따라가주면서 우리 만의 색깔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3점슛은 분위기를 타기 때문에 한 명이 터지기 시작하면 다른 선수도 전염된다”면서 “1승, 1승이 쌓이며 붙은 자신감도 큰 무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3점슛은 ‘양날의 검’이다. 잘 터지는 날은 쉽게 경기를 풀어가지만 안 터질 때는 답이 없다. 감독들이 확률 낮은 외곽 공격 대신 확률 높은 골밑 공격을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KT는 10개 팀 중 3점슛 성공률(37.9%)이 가장 좋지만 선수들의 슛 컨디션에 따라 저조할 때도 있다. 그래도 높은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공격 리바운드다. KT는 가장 많은 249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 창원 LG에 이어 243개를 잡았다. 서 감독은 “3점슛 확률이 떨어지는 날 공격 리바운드를 많이 잡아 좋은 경기를 했다”며 “선수들도 슛이 안 들어가더라도 동료가 리바운드를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다는 서동철 감독. 수원=서재훈 기자
선수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다는 서동철 감독. 수원=서재훈 기자

오랜 코치 생활과 상무, 여자농구 팀 감독을 지냈던 서 감독은 남자 프로농구는 처음이지만 전혀 초보 같지 않다. 허훈, 양홍석 등 ‘젊은 피’를 중용하며 장기적으로 비전이 있는 팀을 만들고자 했다. 또 가급적 선수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서 감독 얘기를 할 때마다 ‘소통을 많이 하는 분’이라고 한다. 서 감독은 “생각해 보니 경기 전 미팅 때 항상 감독이 말만하고 선수들은 듣기만 했다. 이런 방법보다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지목해 ‘오늘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이 선수는 어떻게 막았으면 좋겠어’라는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다”며 “토론을 하는 게 좋고, 선수들 얘기가 맞을 때도 있다”고 했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싶다는 그는 언제든 농구 얘기로 자유분방하게 토론할 준비가 됐다. 다만 ‘대들지만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수원=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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