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감축 등 논의 예정이었지만
입장 뒤집고 러 공개 비판에 합류
美ㆍEU, 對러 제재 움직임 가시화
러, 크림반도 미사일ㆍ전함 증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함 나포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경고장을 날렸다. 30일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따로 만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비판 대열에 가세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공격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어쩌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갖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정상 회담이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양국 정상이 G20 기간 회동을 갖고 무기 감축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양자회담을 무산시킬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 사건에 대한 국가안보팀의 상세한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 내용을 보고 (회동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 대한 직접 비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5일 러시아 해군이 우크라이나 함정 3척을 무력으로 나포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았다. 지난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집권 이후 처음 열린 미ㆍ러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크림반도 합병은 물론,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한마디 언급하지 않는 등 유독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규탄 여론이 높아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제임스 제이 캐러파노 부소장도 러시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정상회담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미국과 유럽에선 러시아에 대한 제재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매우 강력히 지지한다”며 “일부 유럽 국가는 러시아 정부를 돕는 프로젝트 지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가스관 건설에 나선 독일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역시 내달 10일 외무장관 회동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제사회가 사태 초기부터 압박 공조를 취하자 러시아도 방어적 대응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28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군함을 이용해 도발하고는 계엄령을 선포했다”라며 “서방이 우크라이나 편만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날 크림반도에 최신 S-400 지대공미사일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고 전함도 증원 배치한 것으로 관측됐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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