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차량 배기가스에 상시 노출… “특수 건강검진 받게 해주세요”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다 폐암으로 숨진 분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던 이른 아침, 생활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을 거리에서 보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환경미화원이 이런 질병으로 사망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1년 전, 폐암 진단을 받은 두 환경미화원을 처음 만난 순간을 문길주(46)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부장은 잊지 못한다.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근로환경은 오래 전부터 알려졌지만 폐암과 같은 질병보다는 안전사고 문제가 주로 거론됐다. 다른 환경미화원(2016년말 기준 전국 3만3,950명)에게 도움이 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이들이 올해 1월 산업재해 신청을 하는 것을 도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두 환경미화원 모두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지만, 병세가 악화한 한 명은 산재 승인을 받자마자 먼저 하늘로 떠났다.
문 부장이 청와대로 편지를 부친 것은 그 직후인 지난 15일. 문 부장은 편지를 통해 “20년 이상 전남 순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던 두 명이 폐암에 걸렸고 이달 13일 한 명(고 황기선씨)은 숨졌다”며 “산재 승인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미화원도 특수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그들의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환경미화원 근로환경이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환경미화원 스스로도 크게 인지하지 못하던 부분이다. 폐암 3기 진단을 받고 이번에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서필원(61)씨도 “폐암으로 사망한 선배들도 있었지만 그때는 산업재해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경미화원 근로환경 개선을 논의할 때 호흡기질환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디젤 차량이 대부분인 청소차와 폐기물 수거차량은 발암물질이 포함된 배기가스를 내뿜는다”며 “여기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환경미화원들은 장기흡연자처럼 폐 기능 자체가 약화되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겪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올해 8월 발표한 환경미화원 노동환경 개선 대책을 보면 추락, 넘어짐, 끼임 사고 등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고용노동부는 다음달에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시 옥외노동자 근로여건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 부장은 “최근 폐암 진단을 받은 대전의 한 환경미화원의 연락을 또 받았다”며 “아직 청와대에서 답을 못 받았지만, 이런 문제를 계속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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