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한 낙엽 뒤처리에 골머리…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화려한 이파리가 낙엽으로 질 때 세상은 아름다웠다. 낙엽을 밟고 선 누구나 시인이 되고 추억에 젖었다. 가을에 작별을 고하는 지금 거리엔 낙엽이 보이지 않는다. 그 많던 낙엽은 다 어디로 갔을까.
추리해 보건대 적당량을 넘어선 낙엽은 더 이상 서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바람에 먼지를 일으키고 비에 젖어 악취를 풍기는 낙엽, 미끄러짐 사고마저 유발하는 낙엽은 결국 수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언제부턴가 주변에서 낙엽 쓰는 손길이 분주해졌고 길가에는 큼지막한 포대가 높이 쌓여 갔다.
낙엽의 운명이 기구한 만큼 떨어지는 족족 쓸어 담아야 하는 이들의 고충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치구마다 유휴 인력까지 동원해 수거와 운반을 쉴 새 없이 반복해 봐도 떨어지고 또 쌓이는 게 낙엽이다. 지난해 서울시내에서 수거된 낙엽은 총 8,672톤에 달했다.
엄청난 양의 낙엽은 수거도 문제지만 처리가 더 골치다. 수거된 낙엽 중 3분의 2가량이 퇴비 등으로 재활용되는데 ‘깨끗한 낙엽’만을 분류하는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 요즘 자치구별 쓰레기 집하장이나 청소차 차고지 등에선 산처럼 쌓인 낙엽 더미에서 쓰레기를 골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낙엽 165톤을 수거한 은평구의 경우 이 같은 작업을 올해 2월에야 끝냈다. 송파구는 퇴비 외에도 20t톤 분량의 은행나무 낙엽을 강원 춘천시 남이섬으로 보내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한다. 용산구와 중랑구는 민간 업체에 의뢰해 낙엽을 톱밥으로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재활용에서 제외된 낙엽은 소각 또는 매립된다. 지난해 서울시내 낙엽 중 2,445톤이 소각되고 431톤이 매립됐다. 매립은 톤당 평균 5만5,000원, 소각은 6만7,000원의 처리 비용이 드는데, 민간 소각 업체에 맡길 경우 톤당 20만원 선으로 뛴다. 아까운 세금 지출도 문제지만 도시 환경을 위해 가로수를 심고 여기서 나온 낙엽을 태워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아이러니한 현실 앞에선 말문이 막힌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27일 “각 자치구에 소각 대신 재활용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치구 입장에선 마땅한 낙엽 재활용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처리가 용이한 낙엽 퇴비마저도 최소 3~4년이 지나야 완성되는데다 쓰레기가 섞이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신청 농가는 많지 않다. 자연에서 온 낙엽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세상이다.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김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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