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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연재소설 「생산성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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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연재소설 「생산성박사」

입력
2018.11.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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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생 산 성 박 사(3)

길브레스 저

오일로(吳一路) 역

탓취·시스템(touch system)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은 대개 견실(堅實)한 일이었다. 이 가족회의는 때로는 히스테리- 같이 되기도 하였으나 본질적으로는 역시 견실한 것이었고 여러 가지 성과가 올랐다. 정식으로 선출된 가족구매위원들은 식량, 의료(衣料), 가구, 운동용구를 구입하였다. 공익위원은 수도, 전기를 낭비한 자에게 일선(一仙, *1cent)의 벌금을 언도하였다. 계획위원은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에 신경을 집중하였다. 용전(用錢)도 회의에서 정해졌다. 그뿐 아니라 이 회의는 상벌도 결정하였다.

구매위원의 한 사람이 하의부터 야구 그로-브(*glove)에 이르기까지 도매가격으로 팔아주는(*파는) 큰 백화점을 발견해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제조업자로부터 직접 통조림 류(類)를 츄렄(*truck) 몇 대분이란 식으로 사들였다.

임시 일에 입찰제도를 생각해낸 것도 이 가족회의이다. 리루(*Lill)가 8세 때 뒷뜰의 높고 긴 담벽에 펜키(*paint)를 칠하는 일을 47선(仙)에 입찰했다. 물론 그런 싼 값에 입찰하는 자는 없을 것이니 리루가 그 계약을 틀림없이 입수(入手)했다.

“리루는 작으니까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꺼예요.” 하며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걱정한다. “그애한테 시키는 것은 그만둡시다 그려.”

“그런 소리 말아요. 그애는 돈의 가치를 알아야 해요. 뿐만 아니라 약속도 지키도록 해야 하는 거요. 혼자서 해보도록 내버려 두시요.”

리루는 로-라-스켙(*roller skate)를 살려고 저금해놓고 있어서 잔득(*잔뜩) 돈이 필요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지 간에 해내겠다고 버텼다.

“일단 시작한 이상에는 무슨 일이 있드라도(*있더라도) 해내야 한다.”고 아버지는 다짐을 받는다.

“해내고 말구요. 아버지 될(*할) 수 있는걸요(*있어요).”

“그럼 너한테 낙찰하기로 한다.”

매일 학교에서 돌아와서 매달리고 일요일도 전혀 놀지 않고 리루는 열심히 펜키칠을 했으나 10일이나 걸려서 겨우 완성했다. 리루의 손은 부르트고 피곤하여 잠을 못 자는 밤도 있었다. 아버지도 걱정 끝에 잠을 못 자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끝까지 리루에게 계약을 실행시켰다.

“여보 펜키칠은 그만두도록 하지 않으면 큰일나겠어요.”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에게 중지를 권한다. “저애는 틀림없이 몸을 상하거나 알케(*앓게)될 꺼에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병이 나든지….”

“안 돼요.” 아버지는 여전하다. “저 애는 돈의 가치가 어떤 것인가 지금 배우고 있는 거요. 더욱이 돈을 만들려고 생각했으면 시작한 이상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 시키도록 합시다. 꼭 해낸다고 약속했으니까.”

“당신은 마치 샤이록크(*Shylock)[쇸스피아(*Shakespeare) 작(作),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쟁이] 같군요.” 하고 어머니가 빈정대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단호히 양보하지 않았다.

마침내 일을 마쳤을 때 리루는 울면서 아버지한테 왔다.

“마쳤어요.” 리루는 말했다. “저렇게 해도 되겠어요. 47선 받을 수 있겠지요?”

아버지는 잔돈을 주었다.

“울지 말아. 너는 착한 아이야. 너는 이 나이 먹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아버지는 너를 위해서 시킨 것이야. 저기 가서 벼게(*베개) 밑을 보렴. 가 보면 아버지가 항상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꺼야.”

그 선물은 놀랍게도 로-라-스켙 바로 그것이었다.

공익위원회의 위원장인 후렛드(*Fred)는 벌금을 모으고 다녔다. 어느 때 후렛드가 자리에 들어가려 할 때 누구인가가 목욕탕의 수도전(水道銓)을 잠그지 않아서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후렛드는 한 시간 전부터 자고 있던 작크(*Jack)를 두들겨 깨웠다.

“목욕탕에 들어가라.”고 후렛드는 말했다.

“아니냐. 싫어. 자기 조금 전에 들어갔다 왔어.”

“알고 있어. 그러나 넌 수도전을 그냥 틀어놓고 왔지?” 후렛드가 작크한테 따지기 시작이다.

“넌 깨끗한 목간(*목욕의 사투리)물을 함부로 하자는 셈이냐?”

“그럼 형은 왜 목욕통에 들어가지 않는 거야?” 하며 작크가 반문한다.

“나는 아침에 들어간다. 그것이 내 습관이거든. 그것도 몰라?”

그래서 작크는 그날 밤 목욕을 두 번이나 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축음기 두 대와 레코-드 두 장을 집에 가져왔다. 현관 계단에 발을 올리자마자 ‘집합’의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들은 짐을 도와서 끌었다. “자 모두들 봐라. 오늘은 굉장한 선물을 가지고 왔어. 축음기 두 대하구(*대하고) 이렇게 참한 레코-드야.“

“아니, 아버지. 축음기는 집에 있지 않아요?”

“알고 있어. 그러나 지금까지의 축음기는 아랫층 용(用)이야. 이 두 대는 이층 용이란 말이다. 어때, 재미있지?“

“왜요?”

“말하자면 지금부터는 시간의 낭비를 없에자는(*없애자는) 거야. 이 두 대의 축음기는 목욕실에 놓는다. 하나는 남자탕에, 하나는 여자탕에다가 말이야. 목욕실에 축음기가 있는 집이란 시내에는 없을 꺼야. 너희들이 목욕을 하고 있을 때나, 잇발(*이빨)을 딲고(*닦고) 있을 때, 그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틀어놓는 거다.”

“그건 또 왜 그래요.”

“왜요? 왜요? 왜요?” 아버지는 우리들 흉내를 낸다. “이건 왜 그래요? 저건 왜 그래요? 하나도 빠짐없이 무슨 이유가 있어야 되나?”

“그런 것도(*건) 아니지만 아버지. 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대개 무슨 이유가 있지 않아요? 아무리 해도(*그래도) 땐스(*dance) 음악을 틀자는 것은 아니겠지요?”하며 아-네스틴(*Ernestine)이 근기(根氣)있게 설명한다.

“암 그렇지. 땐스 음악 같은 것은 아니야. 아무튼 틀어보면 유익한 것을 알게 될 꺼다.”

“아무리!”

“잠자코 말이나 들어. 난 이걸, 160불이나 주고 샀어. 재미있는 거야. 불란서어와 독일어의 연습용 레코-드란 말이야. 어렵게 들을 필요도 없어. 이걸 틀어 놓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러면 나중에는 자연히 머리속에 들어간다.”

“설마 그렇게…”

“이걸 나를 위해서 산 줄 아니? 아니냐. 나는 벌써 독일 사람이나 불란서 사람으로 볼 정도로 독일어나 불란서어를 잘 하지 않아?” 이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늘을 몽둥이라고 하는 격의 아버지의 풍(風)이다. 아버지는 성인이 되어서 줄곧 어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독일어는 이럭저럭 막히면서도 말할 수는 있었으나 불란서어는 형편이 아니다. 구라파로 출장 갈 때는 번번히 어머니를 통역으로 다리고(*데리고) 가겠다고 주장했다. 어머니는 어학의 천분(天分)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 두 대의 축음기가 아침에 일어나서 식당에 내려올 때까지 아침마다 틀여져(*틀어져) 있지 않으면 그 이유를 밝힐 테니까. 알았나?”

“목욕을 하고 있을 때 레코-드를 바꿔 틀 수가 없지 않아요? 그것이 하나 이유가 되어요.” 하며 비루(*Bill)가 말했다.

“동작연구를 할 정도의 사람이 레코-드를 한 장을 틀고 있는 사이에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은 안될 말이다.”

과연 그렇기는 하다. 아버지는 목욕탕에 들어가 앉으면 바른손에 비누를 든다. 그러구선(*그리고선) 바른손을 왼쪽어깨 위에 얹고 왼쪽어깨를 위에서 아래로 문지려(*문질러) 내려간다. 이번에는 뒷편을 지나서 왼쪽팔이 붙은 부분과 겨드랑 밑으로 돌아와서 왼편 옆구리와 배로 내려간다. 옆구리에서 좌족(左足)을 쭉 내려가 발끝까지 문지르고, 이번에는 내면(內面)을 지나서 문지러 올린다. 그것이 끝나면 왼손에 비누를 바꿔 쥐고 몸 바른쪽도 같은 식으로 한다. 그 다음 허리와 뒷등을 둥글게 두서너 번 문지르고, 그 뒤에 발과 손을 힘드려(*힘들여) 씻은 다음 물속에 들어가서 몸을 흔들고 나오는 것이다. 아버지는 이 방법을 사내애들은 목욕탕 속에서 실연(實演)해 보였다. 계집애들에게는 어느 날 방바닥에 앉아서 옷을 입은 채로 가르키고(*가르치고) 있었다.

이런 식이었으니 동작의 낭비란 있을 수가 없었다. 그 뒤 얼마 안되서 우리들은 외마디나마 불란서어와 독일어를 겨우 하게 되었다. 10년간이나 축음기가 우리집 2층에서 소리를 질렀다. 상당히 잘하게 되면서부터는 우리들은 식사중 독일어나 불란서어로 말을 했는데, 불어로 이야기할 때는 아버지는 축에 끼워지지 않았다.

축음기를 사 가지고 올 그 무렵 아버지는 레밍톤·타이프라이타(*Remingtion Typewriter)회사 고문으로 있었다. 레밍톤회사에서는 세계 제일의 타이피스트를 양성하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동작연구로서 그 일을 협조하기로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밤 식사 때 아버지는 타이피스트(打字員)의 손가락에다가 조그마한 전기불을 켜고 영화를 찍은 이야기라든가, 동작을 촬영하는데 노출을 어느 정도로 했다든가, 동작이 얼마만큼 절약되었다든가 등등 이야기를 해주었다.

“누구든지 빨리 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아버지의 결론이었다.

“3주일간으로 탓취·시스템(키-를 보지 않고 타이프를 치는 법)을 외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참말이다.”

이때 아버지 머리속에 훌륭한 실험이 계획되어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3주일간이야.” 하며 아버지는 되풀이한다. “애들한테도 3주일간에 가르칠 수 있거든. 내가 말하는 대로 정확히 하기만 하면 된다.”

“아버지는 탓취·시스템으로 칠 수 있어요?” 하며 비루가 따진다.

다음날 아버지는 하-얀 타이프라이타-하고 금빛 나이프와 싸구려 시계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것을 식탁 위에 놓았다.

“저 타이프라이타를 쳐도 좋아요? 아버지.” 하며 마-트(*Mart)가 물었다.

“어째서 이 타이프라이타-는 하-얀 거예요?”

안(Anne)이 몹시 궁금한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본 것은 모두 까만 것인데, 이거 하-얀 것이라도 좋은데 좋지만 왜 하얀색일까?”

“사진을 찍는 데 편리하게 하-얀색을 칠한 거야.” 하며 아버지가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런 하-얀 타이프라이타-를 보면 누구든지 쳐보고 싶어진다.” “그 이유는 들지 말아요. 그쯤되면 심리학의 영분(領分)이니까.”

모두들 타이프라이타-를 써보고 싶어했으나 누구도 못 만지게 했다.

“하구(*하고) 싶은 싶은 사람한테만 시키는(*시킬) 거다. 나는 틀림없이 2주일간으로 맞춰 탓취·시스템을 가르쳐낸다.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차후 하-얀 타이프라이타-로 연습할 수 있게 된다. 2주간이 지난 때 제일 성적이 좋은 사람에게 이 타이프라이타-를 선물로 주기로 한다. 연령의 차(差)가 있으니 나이프하구 시계는 나이의 차를 계산해서 대신 주는 상품이야.”

아직 말도 채 못하는 두 어린애를 빼놓고는 전부가 배우고 싶다고 신청했다.

“내가 연습하라고 할 때까지 아무도 해서는 안 된다. 자- 처음에 타이프라이타-의 쓰는 법부터 알려주마.” 아버지는 종이 한 장을 들었다. “종이는 이렇게 넣는다. 그래 가지구(*가지고) 이런 식으로 돌린다. 캬릿지(*carriage)를 이 선의 맨 끝까지 밀어버린다. 이렇게…”

아버지는 맨 처음에 머리에 떠오른 자기 이름을 서투른 솜씨로 두 손가락으로 치기 시작했다.

“아버지 그것이 탓취·시스템이예요?” 하며 비루가 물었다.

“그렇지 않다.” 하며 아버지의 대답이다.

“조금 더 있으면 탓취·시스템을 보여준다.”

“아버지 탓취·시스템을 알고 계셔요?”

“뭐? 나는 가르치는 법을 알고 있어.”

“그렇지만 아버지 자신이 할 줄 알아요(*아냐고요)?”

“나는 가르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해두!” 하며 아버지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난 세계 제일의 타이피스트를 만드는 일을 도아주고(*도와주고) 온 길이야. 알았나? 카루소-(*Enrico Caruso)의 성악 선생은 노래를 조금도 부르지 못했단다. 알았나?”

“알았습니다.” 비루가 할 수없이 대답한다.

“또 다른 질문은 없느냐?“

아무 질문도 없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키-(*key) 배자(配字)를 쓴 종이를 내어서 논아주었다(*노나주었다).

“맨 처음에 할 일은 배자를 알아야 하는 일이다. QWERTYUIOP 이것은 맨 위에(*윗) 줄의 문자다. 이걸 암기해야 한다. 바로와 까꾸로(*거꾸로) 양편으로 외우는 것이다. 눈을 감고라도 말할 수 있도록 이런 식으로 말이야.” 아버지는 바른쪽 눈을 감았다. 그러나 왼쪽 눈은 배자표(配字表)를 들여다보기 위하여 가늘게 뜨고 있었다.

“QWERTYUIOP 알았나? 자면서도 외워야 해. 이것이 제일보(第一步)다.”

모두들 낙심한 표정들이다.

“그럼 모두 치고 싶단 말이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키-의 배자를 외우고 난 다음에는 우리들 손가락에 분필로 색갈을(*색깔을) 칠했다. 새끼손가락은 청색, 집개손가락(*집게손가락)에는 빨간색 등등으로 키-에도 그와 같은 색을 칠했다. 예를 들면 새끼손가락으로 치는 Q나 A·Z 같은 것에는 전부 새끼손가락 색과 같은 청색을 칠했다.

“자! 이번에는 손가락 전부가 같은 색 키-를 칠 수 있도록 바른 습관이 될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이틀간으로 키-하고 손가락 색을 마추는(*맞추는) 것이 제법 잘 되었다. 아-네스틴이 제일 빨랏기(*빨랐기) 때문에 제일 먼저 치게 되었다. 아-네스틴은 자신만만하게 의자를 타이프라이타- 쪽으로 끌어단겼다(*끌어당겼다). 우리들은 모두 그를 둘러싸고 모였다.

“아이 참, 아버지는 약아요!” 하며 아-네스틴이 비명을 울렸다. “아무리 아버지두(*뭐예요, 아버지). 키- 위에다가 모두 하-얀 컆(*cap)을 씨워(*씌워) 버리셨군요. 무슨 자(字)를 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지 않아요?“

오늘날에는 하얀 컆이 보통으로 되어 있지만 당시 아버지는 벌써 그것을 생각해 내서 레밍톤회사에 특별히 제작시키고 있었다.

“볼 필요가 없지 않아. 키-색이 칠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배자표 위에서 찍는(*치는) 것과 같이 찍으면(*치면) 된다.”

안은 천천히 찍기 시작했다. 차차 속도가 빨라지고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키-에서 키-로 튀어갔다. 아버지는 안의 뒤에 서서 한쪽 손에는 연필, 다른 손에는 배자표를 쥐고 있었다. 틀릴 때마다 연필로 안의 머리를 쿡쿡 찔렀다.

“아파요, 아버지. 언제 연필로 찔릴가(*찔릴까) 생각하면 주의가 집중되지 않아요.”

“아푸게(*아프게) 하는 것이 목적이야. 손가락을 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너(*네) 머리의 책임이니까.”

두 주일째는 어머니와 6세 이상의 애들은 전부 탓취·시스템의 요령을 상당히 납득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자기 자신도 그 요령을 습득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그렇다고) 빨리 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빨리 치기 위해서는 아무튼 연습을 하지 않으면 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정확하였다.

아버지는 우리들이 타이프라이타- 연습을 하고 있는 장면을 영화로 찍었다. 그것은 처음에 색칠을 한 손가락으로 배자표 위에서 연습하고, 그 다음에 실지(實地)로 타이프라이타-로 해보는 것까지의 영화이었다. 아버지는 자기 기록으로 촬영해 놓은 영화라고 했으나, 한 달이 지나니 감쪽같이 뉴-쓰(*news)영화로 해서 공개되어 버렸다. 거기에는 우리들 머리를 연필로 찍는(*찌르는) 것 이외의 동작은 빼놓지 않고 박혀져 있었다. 오늘날에도 잘못 찍어서(*쳐서) 반복용의 키-를 찍을(*칠) 때마다 머리를 긁에(*긁게) 되는 것이다.

식사 때를 아버지는 교육의 시간으로 이용했다.

식사중에는 식구들에게 흥미있는 일이 아니면 말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만들었다.

“우리 역사 크라스(*class)에 아주 형편없는 사내애가 있어요.” 하며 안이 이야기를 끄낸다(*꺼낸다).

“그 애, 예쁜(*잘 생긴) 애니?” 아-네스틴이 물었다.

“일반적 흥미 없음.” 하며 아버지가 큰소리로 막는다.

“나는 흥미 있어요.” 마-토(*Mart)가 끼운다(*끼어든다).

“허-참. 가령 역사 크라스에 머리가 둘 달린 사내아이가 있다고 한다면 일반적 흥미도 있을 법 하지만.”

“나는 오늘 인도서 방금 돌아온 기사(技師)하고 만났다.” 하며 아버지는 이야기를 돌린다.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한 줄 아니? 인도는 세계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그 크기에 비하여 공업이 미약하다는 것이야.”

이런 경우에는 식사가 계속되는 동안 인도에 관계있는 것이면 아무리 신통하지 못한 일이라도 대단히 일반적 흥미 있는 이야기로 규정되고 만다. 이와 반대로 그 부근에 있는 태국, 페루샤(*Persia), 중국, 몽고는 어느(*그런) 이유로서(*이유로) 그다지 일반적 흥미가 없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일반적 흥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때로는 식탁에서 접시를 치운다는 동작연구가 화제로 선택된다. 동작연구는 언제든지 대단히 일반적 흥미 있는 일이었다.

“한꺼번에 많은 접시를 운반할 수 있도록 테-불(*table) 위에 싸올려놓는(*싸놓는) 편이 좋으냐?”고 아버지는 묻는다. “그렇지 않으면 한번에 조금씩 부엌으로 가지고 가서 쌓아올릴 때 씻어내도록 하느냐? 식사가 끝나면 테-불을 두 편으로 나눠서 두 가지 방법을 실험해 보자. 내가 시간을 재보겠다.”

이렇게 매사에 철저하고 또한 교습에 자신만만한 아버지였지만 한 번 실패한 일이 있다.

저녁 식사 때 아버지는 “내일은 세면트(*cement)로 새(鳥) 목욕통을 만들려 한다, 구경하고 싶은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곧 집에 돌아와야 한다. 저녁 때 만든다.” 하고 예정하였다.

아버지는 과학적 관리법과 동작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하여 오래 전부터 토목건축을 그만두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버지가 과거에 훌륭한 벽돌직공이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철근 콩크리-트(*concrete)에 대해서 책까지 쓰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다음날 오후 아버지는 목형(木型)을 만들고 콩크리-트를 혼합하여 자신만만하게 목형 속에 부어넣었다.

“잠시 동안 그대로 놔두었다가 목형에서 내면(*꺼내면) 된다.”고 하였다.

아버지는 용무로 2주일간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작업복으로 바꾸어 입고 집합 호집(呼集)의 휘파람을 불며 애들을 뜰로 끌어모았다.

“이제는 이 새 모욕통(*목욕통)이 완전히 굳어졌을 것이다.”

아버지는 목형 위에 몸을 굽혔다. “모두 뒤로 물러서라.”

“우리들은 지금부터 이 대작업의 제막식을 한다. 새들아, 수건은 준비되었냐? 바야흐로 모욕(*목욕) 시간이 되었다.”

모두들 침을 삼켰다. 아버지가 새 모욕통을 목형에서 들어낸 순간, 이런 일이 있나, 파삭파삭 소리와 함께 우리 발 밑에는 부스러진 콩크리-트가 쌓여 버렸다. 아버지는 기가 차서 말도 못한다. [차회(次回)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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