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정제유ㆍ석탄 등 불법선적 200건” 선박 최소 40척 등 조사
미 법무부는 “북한 돈 세탁 연루” 중국 기업 등 3곳 자금몰수 소송
제재 완화 문제를 두고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미가 해상에서 제재 이행을 두고 쫓고 쫓기는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해상 불법 환적(옮겨 싣기)을 추적하며 제재 구멍을 막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북한 선박들은 국적 위장, 서류 위조, 가짜 신호 등 다양한 속임수로 해상을 누비며 대북제재 품목을 밀거래 하고 있어 제재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 대북 제재 품목인 정제유와 석탄 등의 해상 불법 선적이 200건에 달하며 유엔과 관련 당국이 이와 관련해 최소 선박 40척과 130개 회사를 조사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유엔 외교 소식통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올해 8월에 나온 유엔 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도 “북한의 불법 환적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교묘해지고 있다”며 40척의 배와 130개 회사가 관련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법무부는 26일 북한 금융기관의 돈 세탁에 연루된 싱가포르 기업 1곳과 중국 기업 2곳의 자금 300만 달러를 몰수해달라며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이 같은 단속에도 북한의 제재 위반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정유만 해도 올해 1~8월 중순까지 20대의 유조선이 최소 148차례나 북한으로 정제유를 수송했으며 이들 유조선이 적재 중량을 모두 채웠다면 그 규모가 대북 제재가 허용하는 상한선인 연 50만 배럴의 5배에 달할 것으로 WSJ는 추산됐다. 북한이 정제유 공급에 제한을 받고 있는데도 올해 북한 내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것도 이 같은 밀거래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선박 60척 이상을 제재 리스트에 올려 각국 항구에 기항하지 못하도록 했고 미국, 호주, 일본을 포함한 5개국이 아시아 해역에서 불법 환적에 대한 항공정찰을 하며 감시망을 펴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차단하지 못하는 것은 북한이 다양한 속임수로 단속을 따돌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한 선박이 이름과 국적을 바꾸거나 위장 등록을 하는 식으로 제재 리스트를 무력화하는 식이다. WSJ가 소개한 장안해운 소속 선박은 2년간 탄자니아, 피지 등 4개 국적의 깃발을 바꿔 달고 이름도 바꾸면서 북한산 석탄을 운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또 단속에 대비해 선박 한 척마다 유령회사 하나씩을 만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이나 미국이 추적 끝에 선박 회사를 제재 리스트에 올리더라도 유령 회사를 잡는 격이다. 북한은 2013년 쿠바에서 북한으로 무기를 실은 선박이 적발된 이후 북한 선박을 해외 기업 소유로 대거 전환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선박 위치를 알리는 자동식별장치를 끄고 다니는 것도 감시망을 피하는 수법이다. 미 선진국방연구센터에 따르면 자동식별장치를 통해 신호를 발신하는 북한 선박이 2015년에는 한 달에 약 100척이었지만 최근 몇 달 동안 10여척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국이 펼치는 해상 정찰 활동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광대한 바다에서 정상적인 운송과 불법 활동을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호주 공군의 멜 헙펠드 중장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라고 말했다. 유엔 제재위 전문가 패널로 활동한 닐 와츠는 WSJ에 “제재 목표는 불법 거래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도록 비용을 끌어올리는 것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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