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위, 사무실 내고 모금운동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의 작품 중 국내 한 유명 기업인이 근대미술관 건립 기부 명분으로 가져간 작품을 돌려받기 위한 반환사업이 본격화한다.
이인성유작환수위원회는 28일 대구 수성구 범어로 133 1층에 환수위원회 사무실과 갤러리를 오픈하고, 유작 반환 소송에 필요한 범시민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환수대상 작품은 1961년 현재 대한방직 회장 부친이 근대미술관 건립을 약속하며 새로 건립할 미술관에 기부하겠다며 가져간 60여 점이다. 이 화백이 남긴 200여 작품 중 일부로, 이 화백 친척이 보환하다 넘겼다. 1960년 초 한국미술협회 등이 개최한 한국현대미술가유작전에 선보였다. 어느 미술관장의 회장(1998), 이인성 작품집(1972) 등에 나온다. 현재 시가로는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후 미술관 건립 약속은 흐지부지됐다. 가져간 작품은 당연히 반환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환수위 측은 미술관 건립 약속을 어겼으니 건립을 조건으로 가져간 작품은 당연히 원 소유주에게 반환돼야 한다는 논리다.
환수위 측은 지난 1월 작품 반환과 관련한 내용증명을 소장자 측에 보냈다. 또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한 시민모금운동도 시작할 계획이다.
박준섭 변호사는 “겨울풍경 작품은 보관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하루빨리 어두운 지하실 창고에서 꺼내 대구시민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며 “정당한 매매계약에 의한 점유인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8일 문을 연 갤러리에서는 ‘가을의 어늘 날’, ‘해당화’ 등 이인성의 대표작 사진 20여 점과 유품, 이인성 화백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이 화백을 비롯한 작곡가 박태준, 아동문학가 윤복진 등 대구 대표 근대문화 예술가를 기리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은 “아버지의 작품은 아버지가 사랑했던 대구와 대구시민의 것으로, ‘대구의 것은 대구의 것으로’을 모토로 아버지의 작품을 대구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려한다”며 “‘문화도시 대구’라는 호칭에 그치지 않고 근대문화를 주축으로 대구 문화 부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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