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고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거나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금수저’ 미성년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28일 “최근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가 급증하며 이들이 고가자산을 형성한 과정과 정당한 납세의무를 이행했는지에 검증이 필요하다”며 “증여세 등 세금 탈루혐의가 짙은 미성년자 등 225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미성년자가 보유한 주택ㆍ주식 등 관련 자료를 토대로 세금 신고내역, 재산ㆍ소득 변동사항 등과 연계해 전수분석을 실시해 225명을 추려냈다. 이 가운데 165명이 미성년자다.
세무조사 대상은 고가 주택을 보유하거나 고액 예금ㆍ주식 등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미성년자 중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거나,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경우다. 국세청은 △아파트 2채를 4억원에 취득한 만 4세 유치원생 △아파트 2채를 11억원에 산 만 12세 초등학생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자금을 증여 받아 34억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취득하고 상가 임대료 등 임대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탈루한 초등학생도 적발됐다. 임대업자인 할아버지로부터 시가 6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증여 받고 해당 아파트 재산가액을 공시가격(4억5,000만원)으로 신고, 증여세를 축소한 초등학생 사례도 조사 중이다. 또 국세청은 이와 별도로 탈세 혐의가 큰 부동산 투자 관련 강사 및 컨설턴트도 조사하고 있다. 부동산 강사 A씨는 총 900억원 상당의 아파트ㆍ오피스텔 400여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강사료ㆍ임대소득을 신고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미성년자의 자금 원천을 추적하고, 필요 시 부모가 증여자금을 어떻게 조성했고 이 과정에서 소득을 탈루했는지 여부 등도 면밀히 검증할 계획이다. 이 국장은 “앞으로도 미성년자의 변칙 상속ㆍ증여 등 세금 탈루행위에 대해 상시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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