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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체벌 교육과 소질을 살리는 교육

입력
2018.11.29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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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학교에는 ‘사랑의 매’라는 말로 미화되는 폭력이 존재했다. 말은 사랑의 매지만, 사람의 일이다 보니 감정이 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중ㆍ고등학생이 되면, 사랑의 매는 가끔 이유 없는 가혹한 훈육으로 바뀌기도 한다. 가해 선생님은 대부분 학생주임이나 체육 교사, 또는 지금은 사라진 교련 선생님이었다. 해서 당시에는 학교마다 ‘미친개’가 별명인 선생님이 있곤 했다. 왜 맞는지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미친개에게 물린 것 같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더랬다.

오늘날 생각해 보면, 이는 너무도 특이한 체벌 문화다. 그런데도 당시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거의 없었다. 왜 그럴까? 요즘 같으면 포털을 뜨겁게 달굴만한 사건들이 왜 당시에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덮이고 마는 일상과 같았을까? 여기에는 배경문화에 따른 판단이 지금과는 달랐던 상황이 존재한다.

유교의 관점에서 인간은 부모의 정혈과 주변 기운의 융합으로 만들어진다. 즉 자식은 부모에 의해 창조되는 새로운 원석인 셈이다. 이 원석을 어떻게 다듬느냐가 보석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이런 세공사 역할을 하는 분이 바로 스승이다. 사람을 만든 것은 부모지만, 그 사람의 쓰임과 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스승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군사부일체’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와 같은 수직적 사제문화가 만들어지게 된다.

석굴암 본존불도 원래는 한 덩어리의 화강암에 불과했다. 이 화강암을 쪼고 다듬으면서 최고의 신품(神品)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깨트리는 작업의 일부가 바로 체벌이다. 체벌이 아이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보기 때문에 유교 문화에서 체벌의 또 다른 한 축은 부모가 된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아이는 부모를 통해 태어나지만, 그 본질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다. 때문에 아이는 부모보다는 신과 더 가깝다. 마치 갓 구워 낸 빵이 아이라면, 어른은 며칠 지난 빵이라고나 할까! 때문에 천주교에서 천사는 아이의 모습으로 묘사되며, 세례를 받은 아이가 죽으면 천국에 가는 것으로 표현된다. 즉 기독교에서 아이는 깨끗한 거울이며,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점차 때가 낀 더러운 거울이 되는 것이다.

영국의 윌리엄 워즈워스의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표현은 이러한 기독교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때문에 서구의 교육론은 아이의 기질을 잘 발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체벌을 용인하지 않는다. 이는 스승은 둘째 치고 부모도 마찬가지다.

미국으로 이민 간 부모가 자식을 체벌했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서에 연행된 일이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미국에서는 문제가 된 것이다. 해서 바로 국내로 돌아와 아이를 마저 잡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유교의 ‘원석을 잘 깎아서 다듬을 것이냐’와 기독교의 ‘타고난 소질을 잘 발현시킬 것이냐’는 각각의 문화권에 따른 교육론이 된다. 양자 중 어떤 것이 맞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점차 서구화하면서, 체벌의 관점이 변모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새 생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불교는 윤회론을 바탕으로 인간을 이해한다. 때문에 자식은 부모를 통하지만, 그럼에도 독립적인 자신만의 기질을 유지한다. 유교의 가족주의와 달리 불교에 출가 문화가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윤회한다는 것은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윤회하는 인간은 불완전하며, 필연적으로 스스로를 탈각하는 노력을 요청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유교에서처럼 외부적인 체벌은 아니다. 그보다는 내면적이고 개인적인데, 이것이 바로 ‘수행’이다. 즉 불교는 불완전함을 극복해서 완전으로 가는 자기조절의 교육론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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