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막후에서 조율사 역할을 해온 한국계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이 내달 자리에서 물러난다.
외교 소식통은 27일 “김 센터장이 다음달 20일 CIA를 떠나 스탠퍼드대 산하 연구소로 옮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최측근으로, 지난달을 포함해 폼페이오 장관의 4차례 방북에 동행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 배석하며 통역을 맡았다. 미 정부는 지난해 5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고조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특수조직으로 KMC를 신설하면서 책임자로 CIA에서 은퇴한 북한 전문가 김 센터장을 기용했다.
이후 그는 비핵화 협상에 깊이 관여하며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채널을 구축해 물밑 사전 작업을 도맡아왔다. 당초 올 여름에 물러날 예정이었지만,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비핵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만류해 일단 자리를 지켰다. 정부 관계자는 “그가 연말에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은 외교가에 파다했다”면서 “최근 다시 사직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달 중순 방한 당시 일부 지인들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김 센터장의 퇴임은 예정된 수순이지만, 북미 고위급회담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대화에 물꼬를 트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는 만큼 일부에서는 “북미 협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일단 스탠퍼드대 연구소에서 방문학자로 3, 4개월 가량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미 협상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하거나 다시 중책을 맡아 중용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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