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엔 9kg 제품이 주력
세탁기 이어 다시 대형화 경쟁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해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은 빨래 건조기를 놓고 대용량 경쟁이 치열하다. 불과 1년 전까지 건조 용량 9㎏이 국내 시장의 지배자였지만, 올해는 14㎏ 모델이 주력으로 부상한 데 이어 16㎏ 건조기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세탁기 제조사들의 용량 경쟁의 2라운드인 건조기 ‘큰 놈’들의 대결이다.
삼성전자는 27일 건조기 ‘그랑데’ 제품군의 16㎏ 대용량 신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크기는 기존 14㎏ 건조기와 같지만 건조통 용적을 키우고 건조 효율을 높여 최근 유행하는 슈퍼킹사이즈 이불까지 건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저온제습 인버터와 함께 햇살이나 바람으로 말린 듯한 자연 건조 기술을 적용했다. 저온제습 인버터는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조통 내부는 물론 옷감 자체의 최고 온도가 60도를 넘지 않도록 제어하는 기술이다. 옷감 수축률은 건조 온도에 비례하는데, 70도로 건조하면 60도 때보다 수축률이 2배 정도 증가한다.
삼성전자 건조기의 특징은 히터로 예열해 건조통 온도를 끌어올린 뒤 냉매가 순환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의류를 말리는 ‘히트펌프’ 방식이다. 건조기를 방이나 거실보다 온도가 낮은 발코니와 다용도실에 주로 설치하는 점이 고려됐다. 히터가 있어 한겨울에도 성능 저하가 적은 게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설치 환경에 따라 도어 개폐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양방향 도어’도 16㎏ 건조기 처음 도입했다. 색상은 블랙 케비어, 이녹스, 화이트 세 가지이고 출고가격은 219만~229만원이다.
LG전자도 16㎏ 용량의 트롬 건조기 신제품을 다음달 출시한다. 이 건조기는 히터를 사용하지 않고 히트펌프를 두 개 적용한 듀얼 히트펌프 방식이다.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두 개라 한 번에 내보내는 냉매의 양이 많다. 가격은 209만~219만원이다.
대용량 경쟁에 먼저 불을 지른 건 국내 건조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다. 대용량 건조기 시장은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올해 2월 14㎏ 건조기를 처음 출시하자 LG전자가 5월에 같은 용량 건조기를 내놓았다. 16㎏ 건조기는 지난 12일 LG전자가 먼저 공개했지만 현재 사전 예약 중이라 시장에는 삼성전자 제품이 며칠 먼저 풀리게 됐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송명주 상무는 “조사 결과 14㎏ 건조기의 용량 만족도가 77%에 이르고, 더 큰 용량을 원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며 “시장의 의식주 변화를 반영하는 게 가전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대용량 건조기 수요가 더 커지더라도 현재 제품 크기에서는 16㎏이 최대 용량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강정훈 마스터는 “설치 장소와 세탁기와의 결합 등을 고려하면 제품 크기를 더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