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사 체제 전환 탓
금융 계열사 지분 보유 못해
롯데손보, 롯데카드 매각 추진
롯데그룹이 금융 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를 매각하기로 했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계열사 주식 보유를 금지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의 금산분리 원칙을 따르려는 조치다. 제과와 유통을 토대로 그룹을 키웠던 신격호 명예회장과 달리 ‘금융맨’ 출신으로 금융 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선 어려운 결정인 내린 셈이다.
롯데지주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롯데는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두 회사의 매각과 관련해선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협의해 일정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롯데캐피탈과 BNK금융지주 지분도 시차를 두고 매각할 계획이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인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롯데는 지난해 10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롯데는 내년 10월까지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금융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던 신 회장은 오랜 고심 끝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노무라증권에서 오래 근무했던 신 회장은 금융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평소 금융과 유통 간의 시너지를 강조해왔다”며 “가급적 금융 계열사를 계속 유지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 취임 때부터 금융업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카드사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자 2002년 동양카드를 인수한 뒤 유통 부문의 카드사업 부문과 통합해 롯데카드를 설립하며 금융업에 진출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시장점유율이 3% 수준에 불과해 금융 사업 가운데서도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신 회장이 전자상거래 사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롯데카드를 매각하더라도 기존의 제휴는 이어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롯데카드가 확보한 빅데이터는 물론 멤버십 연계, 결제수단, 적립 포인트 등으로 롯데 유통 계열사와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를 외부에 매각하는 대신 지주사에 아직 편입되지 않은 롯데물산이나 호텔롯데에 금융 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롯데물산과 호텔롯데도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시킬 계획이어서 외부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기존 롯데 유통 계열사와 지속적 제휴를 매각의 옵션으로 넣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종합적인 것을 고려해 최적의 인수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또 롯데 임직원을 보호하고 존중해줄 인수자를 찾겠다면서 매각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 임직원에게 동요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대표이사는 이날 사내 통신망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매각 방침을 설명하고 고용안정ㆍ처우보장을 약속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임직원은 각각 1,700여명이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는 “임직원이 불안해지지 않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고,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동원하겠다”면서 근거 없는 소문에 흔들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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