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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에 가로막혀… 문 대통령, 석 달간 규제 개혁 행보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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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에 가로막혀… 문 대통령, 석 달간 규제 개혁 행보 ‘제로’

입력
2018.11.27 17:39
수정
2018.11.27 20: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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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성장과 지지세력 사이 딜레마] 원격의료ㆍ은산분리 등 혁신 호소했던 7,8월과 대조적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들이 학교 비정규직 차별철폐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 대비 절반 수준의 임금 차별을 철폐하라며 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들이 학교 비정규직 차별철폐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 대비 절반 수준의 임금 차별을 철폐하라며 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석 달째 규제개혁 현장 행보를 거르고 있다. “붉은 깃발(과거 영국의 마차 보호 규제)을 뽑아야 한다”며 의료분야 규제완화, 인터넷전문은행(은산분리), 데이터경제활성화(개인정보 규제완화) 현장을 잇따라 찾았던 7~8월과는 딴판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현 정부 최대 지지층의 격렬한 반대가 꼽힌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규제개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지층의 요구와 과감한 규제완화로 혁신성장을 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 사이에서 어느 때보다 정교한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제가 직접 매달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해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바뀐다’라는 현장 방문 컨셉으로 7월 19일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원격의료 등의 규제 완화를 역설했다. 8월 7일과 31일에는 각각 은산분리(서울시청), 개인정보 규제완화(판교 스타트업캠퍼스) 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9월 이후로는 규제개혁 이슈를 던지는 현장 방문은 전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지금은 새로운 규제개혁 아이템을 내놓기보다 이미 내놓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다른 이야기도 나온다. 사회적 저항이 극심한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게 부담돼 소극적으로 기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실에서 아직 뚜렷한 규제혁신 아이템을 발제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규제개혁을 추진하려고 하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먼저 깃발을 든 은산분리는 우여곡절 끝에 처리되긴 했지만 한때 여당 강성 의원들의 반발로 ‘당청 갈등’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원격의료 규제 완화는 보건의료, 노동단체의 반발에 아직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는 한국판 ‘우버’(Uber)를 만들기 위해 카풀(차량공유)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생존권 침해’를 주장하는 택시업계의 반대 집회에 부딪혀 있다.

특히 촛불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현 정부 지분이 있다는 얘기까지 듣는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규제완화에 저항하고, 정부가 이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야당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성기업 노무담당 임원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에게 감금ㆍ폭행을 당했는데도 경찰이 수수방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 정부는) 도대체 민주노총과 참여연대에 어떤 빚을 지고 있길래 ‘악덕 채권자’로부터 꼼짝을 못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24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참여연대만의 정부도, 또한 민변만의 정부도 아니다”라고 협조를 호소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집권 하반기로 갈수록 규제개혁의 동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핵심 지지층 주장에만 휘둘리다가는 규제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규제혁신으로 당장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혁신성장의 상징적 조치이자 미래를 향한 도도한 흐름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금도 저항이 이처럼 거센데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개혁을 추진하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갈등 의제에서 정부가 확고한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보다 정교한 조정 능력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한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여권 인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층이 반대하더라도 결심이 서면 단호하게 밀어 붙였다”며 “각 계층의 의견을 모두 듣는 게 문 대통령의 장점이지만 결단을 내릴 때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며 “특히 새로운 산업 규제 개혁이 되지 않고 있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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