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가 기업 연수원 건축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일부 설계도면들이 제출되지 않는 등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승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서울 소재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2015년 2월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해안에 지하 1층ㆍ지상 3층 규모의 연수원과 지상 1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연수원 건물 면적을 늘리고, 당초 근린생활시설로 계획됐던 건물을 지하 1층ㆍ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으로 짓기 위한 설계변경 허가를 받고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주택 공사를 위해 3m 높이로 지반을 높이는 성토작업을 벌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주택과 바로 인접한 옆 펜션 주민이 연수원과 주택공사 설계도면이 잘못됐는데도 건축허가가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시에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민원인측은 현재 허가대로 성토작업이 이뤄지면 펜션 지면과 비슷한 높이의 부지에 주택 지하층이 들어서면서 지상 2층 규모의 주택이 사실상 3층 건물이 됨에 따라 펜션의 조망권이 줄어 영업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축허가 과정을 확인한 결과 실제 제출돼야 할 설계도면인 주택 횡단면도와 성토작업 내용을 담은 토목도면도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성토 작업에 따라 옹벽 시설로 펜션 건물에 우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수처리시설계획을 담은 우수처리평면도 역시 설계변경 허가 당시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축허가 담당부서인 시 건축과는 우수처리평면도가 제출되지 않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건축허가 심의 단계부터 업무처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건축허가 과정에서 이뤄진 개발행위허가에서도 문제점이 확인됐다. 개발행위업무를 담당하는 시 도시과가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공사 부지의 흙을 파내는 절토행위와 흙을 쌓는 성토행위에 대한 내용을 담은 토목도면도 제출되지 않은 것은 물론 배치도 등에 절ㆍ성토작업 계획이 기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행위업무는 올해 8월 이전까지 건축과가 담당하던 업무로, 해당 부서가 이번 공사에 대한 건축허가와 개발행위허가를 모두 처리했다.
이처럼 건축허가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시 건축과는 주택공사 과정에서 지하층과 1층 기초 및 옹벽 시공이 건축허가 도면과 다른 점을 적발해 건축법 위반으로 시정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을 뿐 성토작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건축법상에는 개발행위허가에 필요한 구비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해 제출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허가권자가 건축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
시 건축과는 “일부 설계도면을 미제출하고, 설계도면상 오류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설계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지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됨에 따라 성토작업 허가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답변했다.
민원인측은 “성토작업 계획이 당초부터 없었다면 현재까지 진행된 공사가 모두 무허가로 이뤄진 것 아니냐”며 “상식적으로 설계도면도 없는데 건축허가를 내준 자체가 말이 안된다. 시는 당장 건축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측은 “시에서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즉각 시정조치 후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다만 시의 검토 결과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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