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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불신 심각성 보여준 초유의 대법원장 화염병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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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불신 심각성 보여준 초유의 대법원장 화염병 테러

입력
2018.11.28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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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출근 승용차가 대법원 앞에서 화염병에 습격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27일 오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70대 남모씨의 소행으로 손해배상소송 패소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현장 청원경찰이 승용차 뒷바퀴에 옮겨붙은 불을 즉시 진화해 김 대법원장 신변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최근의 사법부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남씨는 자신이 제조한 사료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인증 갱신 불가 판정을 받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 2심에서 패소하자 지난 9월부터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해 왔다. 그러다 지난 16일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되자 불만을 품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소송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염병 테러를 자행한 남씨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불만을 극단적인 행태로 표출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새삼 확인시키는 것이어서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이번 사건이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을 겨냥해 이뤄진 폭력사태라는 점이다. 최근의 사법농단 의혹으로 사법부가 극도의 불신을 받고 있는 것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사태 이후 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소송당사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들이 과격한 행동에 나서도록 만드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사실이다. 고위 법관들이 조직적으로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판결을 곧이곧대로 수용할 국민은 많지 않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사법부 신뢰를 회복할 책임은 결국 김 대법원장의 몫일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에 이어 사법농단 연루 법관이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에 오른 현 상황은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사법부가 자초한 업보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불신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좌고우면하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는 국민 불신 해소를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느꼈으리라 본다. 김 대법원장이 이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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