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KT유선망 먹통 됐지만
보조 LG유선망 자동 연결
신한은행 고객들 피해 적어
자영업자는 단일 회선만 구축돼
카드 결제 못 해 매출 큰 타격
지난 주말 발생한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에 대한 금융권의 초동 대처는 주 통신망 외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보조회선을 깔아놓았는지, 다시 말해 ‘통신망 이중화’ 구축 여부에 따라 엇갈렸다. 사전에 통신망 이중화로 대비해온 금융기관은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 고객 피해가 거의 없었지만 KT통신망만 이용한 곳은 복구에 수일이 걸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T통신구 화재가 발생한 24일 서대문구 마포구 중구 용산구 등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대부분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신한은행 ATM기는 예외였다. 영업점 내 설치된 ATM기는 KT유선망과 LG유선망을 복수로 설치해 둔 터라 화재 발생 직후 LG유선망이 자동 가동돼 문제 없었고, KT유선망을 주 회선으로 사용하는 영업점 외부 ATM기도 보조 회선으로 설치해둔 LG무선망이 자동으로 작동해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010년부터 외부 ATM에도 무선통신망이 보조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내 ATM엔 대부분 주회선을 보조할 회선을 깔아놨지만, 외부 ATM기엔 보조 통신망을 구축해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KT통신구 화재 당시 이들 은행이 통신구 관할지역에 설치해 놓은 ATM 179대가 주말에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했다. 이후 통신망이 순차적으로 복구됨에 따라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NH농협은행은 25일 오후에, 우리은행은 화재 발생 이틀 후인 26일에야 모든 영업점 외 ATM이 정상 가동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ATM이 80, 90년대 영업점 외부에 설치되기 시작했을 때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KT를 기본 인프라로 삼은 걸로 알고 있다”며 “이번 화재처럼 큰 사고가 발생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셈”이라고 말했다.
카드 가맹점들이 무더기로 판매대금 결제를 못하는 피해를 본 것도 통신망 이중화가 미비했던 탓이다. 현행 카드 결제 시스템은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에 결제전산망 설치 및 관리 업무를 맡은 밴(VANㆍ부가가치통신망)사가 개입해 있는 구조다. 즉 고객이 카드를 단말기에 긁으면 먼저 가맹점에서 통신사의 유무선 통신망을 통해 밴사로 결제 정보가 전달되고 곧이어 밴사와 카드사 간 통신망을 통해 결제 정보가 건너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카드사와 밴사 간에는 복수의 통신망을 구축됐지만 가맹점과 밴사 사이엔 주로 단일 회선만 구축돼 결과적으로 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카드 가맹점 대부분이 식당,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로 비상시를 대비해 카드 결제용 회선을 추가 설치할 만한 여유가 없는 터라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밴사 관계자는 “대형마트처럼 큰 사업자는 통신망 이중화가 구축된 곳도 있지만, 가맹점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자영업자는 이중으로 통신요금을 내기엔 부담이 크다”며 “통신업계 차원에서 주 통신망에 장애가 생겼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보조 통신망을 구축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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