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뜯긴 4억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그 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의혹들에 대한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비리 의혹의 중심은 윤 전 시장이 사기 당한 돈을 무슨 목적으로 전달했고, 어디에서 조달했느냐다. 윤 전 시장은 경찰 조사에서 “권 여사가 딸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다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송금했다”고 해명했지만, 지역 정가에선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공천 청탁 대가로 보냈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지난해 말부터 지역에선 “윤 전 시장이 현역 시장이라는 기득권을 갖고 있지만 공천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윤 전 시장은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 대상에서 탈락하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공천받을 걸 자신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시장은 지난 4월 3일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 당한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이를 뒤늦게 확인하고 측근들과 심야 대책회의를 한 뒤 이튿날 광주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윤 시장의 측근과 지인들은 공천과 관련해 “윤 전 시장이 신의 한 수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전했다. “윤 전 시장이 사기 당한 줄도 모르고 자신이 공천받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던 것이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전 시장이 사기 당한 돈의 출처와 관련해선 공직자 재산신고 때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송치 받은 광주지검 특수부는 윤 전 시장이 권 여사라고 사칭한 김모(49ㆍ구속)씨에게 속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은행 두 곳에서 3억5,000만원을 대출받고, 1억원은 지인에게 빌려 송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전 시장이 지난해와 올해 6월 퇴임 후 신고한 재산변동 사항 내역을 보면 금융기관 채무는 지난해 2억원과 올해 상반기 1억5,000만원이 전부다. 윤 전 시장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시점이 사기 피해를 당한 때와 같다고 하더라도, 지인에게 빌렸다는 1억원에 대한 신고 내역은 없는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엔 사인간의 금전거래도 재산변동 사항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윤 전 시장과 돈을 빌려준 지인을 상대로 금전대차 관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 와중에 윤 전 시장이 퇴임하면서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장 등으로부터 전별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도 터져 나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광주시의 한 전직 출연기관장은 “지난 5월 윤 전 시장의 퇴임을 앞두고 윤 전 시장 측근이었던 한 공공기관장이 공공기관장 모임에서 ‘광주시 간부급 공무원들도 관례적으로 퇴임 시장들에게 전별금을 주는데 우리도 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당시 공공기관장들이 따로 돈을 갹출하지는 않고 미납한 월 회비를 모두 낸 뒤 그때까지 적립된 회비로 집행부가 전별금 제공 여부를 알아서 처리하기로 했는데, 그 이후 상황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은 22개로, 이들 기관장 대부분은 윤 전 시장 재임 당시 ‘○○○포럼’이란 명칭의 모임에 회원으로 가입해 매월 5만원씩 회비를 내왔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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