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정부안이 확정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없애 검찰도 곧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국회까지 통과할 경우 재벌개혁이 제도화하는 전기가 마련된다. 그러나 야당이 일찌감치 반발하고 있어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27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공정위는 전문가 22명으로 꾸린 특위를 통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논의한 뒤 지난 8월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후 관계부처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이날 국무회의 의결로 정부 최종안을 확정했다. 최종안은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이번주 국회에 제출된다.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정되는 것은 38년 만이다.
최종안에 따르면 현재 총수일가 지분이 30%(상장사)가 넘는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지분 20% 초과 계열사로 확대된다. 이들 계열사가 50% 넘는 지분을 가진 자회사도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231곳에서 총 607곳으로 늘어난다. 신규 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상장) 지분율은 20%에서 30%로 높아진다. 가격 등 중대한 담합은 전속고발권(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도 폐지된다. 공정위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대기업 공익법인이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도 15%로 제한된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공정위는 국회 설득 작업에 총력을 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담합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공정위와 달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담합 수사에 나서게 되면 기업 경영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게 야당의 논리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검찰이 담합을 수사하다 배임 등 여타 혐의로 몰아가는 별건 수사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기업들한테 찬물을 끼얹는 격’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개정안의 덩치가 워낙 커 본격적인 심의는 내년 초나 가능할 것”이라며 “야당 입장이 워낙 강경해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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