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28일로 예상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예정대로라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부위원장이 27일 베이징에서 뉴욕행 항공기에 탑승해야 하지만 어디서도 그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대화 재개를 둘러싼 북미 간 기싸움의 장기화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무산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연쇄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미국 중간선거 직후 일정이 잡혔다가 한 차례 무산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은 이달 말 재추진이 확실시됐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북한은 가타부타 확답 없이 미국 측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참석이 확실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아르헨티나에서 30일 개막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내 북미 고위급회담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올 만하다.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불분명하나,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 상응조치에 대한 불만이거나 본격 협상을 앞둔 전략적 고려 등 이런저런 추정만 거론될 뿐이다.
최근 미국이 북미 대화의 문턱을 낮추며 북한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은 최근 유엔 안보리의 남북 철도 공동조사 승인에 동의하고, 내년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방침을 밝히는 등 북한에 제의한 유럽 및 뉴욕의 공식 채널을 재가동하기 위한 유화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이 26일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 내 조율을 거쳐 나온 제스처로 보인다.
북미 고위급회담의 지연에도 불구하고 당장 협상 판이 깨질 징후는 없어 최악의 북미관계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북미 협상의 장기 교착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거론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환경이라면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이 미국의 대화를 거부한 채 시간싸움에 몰두한다면 경제건설 총집중 노선의 목표 달성만 지연된다는 점을 김 위원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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