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호주 서북부 필바라 지역에 있는 로이힐 광산을 찾았다. 광활하게 펼쳐진 황무지에선 발끝에 채이는 모든 것이 철광석이었다.
로이힐 광산은 여의도 면적의 65배(189㎢)에 달하는 호주 지역 단일 철광석 광산 중 최대 규모다. 철광석 매장량은 23억 톤에 달하고, 앞으로 27년간 채굴이 가능하다. 포스코는 올해 로이힐 광산에서 연간 철광석 사용량의 27.5%에 해당하는 1,400만 톤을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로이힐 광산에는 얼굴에 검은 가루를 잔뜩 묻힌 광부도 없었고, 철광석을 캐기 위해 깊이 판 갱도도 보이지 않았다. 로이힐 광산에서 안전모와 보호 안경을 쓰고 처음 찾아간 곳은 24개가 넘는 모니터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무인조정실이었다. 이곳에서는 채굴 현장에 있는 대형 무인 드릴 9개를 원격으로 조종해 철광석을 캘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한다. 10m를 뚫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8분에 불과하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하다 보니 생산량도 11~14% 향상됐다.
모니터 속 무인 드릴은 쉴 새 없이 광산 지역을 주행하며 자동으로 구멍을 뚫었다. 무인 드릴을 작동 중이던 작업자 해미시 모건은 “연료 등을 채울 때를 빼고는 사무실에 앉아 무인 드릴을 조종할 수 있다”며 “무인 드릴을 운영하면 하루 4명으로도 대략 200개가 넘는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광산’이었다. 무인 조정실을 나와 채굴 현장으로 들어갔다. 아파트 5층 높이 초대형 괴물 트럭 ‘헤라클레스’가 반겼다. ‘헤라클레스’는 모두 24대로 광산을 오가며 대당 300톤씩 철광석을 쉼 없이 실어 나르고 있었다. 트럭이 옮긴 철광석은 파쇄기로 잘게 부순 뒤 기차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344㎞ 떨어진 포트 해드랜드 항구까지 운반된 후 한국 광양항까지 선박으로 오는 데는 10~12일이면 충분하다.
2,000여 명의 로이힐 광산 직원 대부분은 철광석 채굴을 위해 필요한 기계를 조종하거나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고 있다. 분석한 자료는 실시간으로 서호주 퍼스에 위치한 로이힐 오퍼레이션 센터로 옮겨진다. 로이힐 광산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광산에 첨단 장비를 도입했다. 내년에는 철광석을 옮기는 트럭까지 모두 무인화할 예정이다. 배리 피츠제럴드 로이힐 홀딩스 사장은 “로이힐 광산에 첨단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인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철광석을 분석해 성분을 분석하는 것도 모두 로봇이 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로이힐 광산 투자 초기 포스코는 국제 철광석 가격 급락으로 실패한 투자란 거센 비판도 받았다.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였다. 당시 포스코는 철광석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로이힐은 올해 4월 당초 목표했던 연간 5,500만 톤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철광석의 품질도 양질이다. 로이힐 광산의 철광석은 세계 철강시장에서 표준(철분 함유량 62%)에 가까운 고품질이다. 여기에 첨단 기술 도입으로 원가 절감을 한 덕에 2017년 영업이익률 30%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힐 광산이 완벽한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서 포스코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로이힐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포스코는 철광석 공급업체들의 구매 의존도를 벗어나 철강업계 우위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로이힐(호주)= 글ㆍ사진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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