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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다시 버라이어티로?”...관찰 예능 붐,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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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다시 버라이어티로?”...관찰 예능 붐, 끝이 보인다

입력
2018.11.28 08:28
수정
2018.11.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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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N, 넷플릭스 제공
SBS, tvN, 넷플릭스 제공

관찰 예능이 주름잡던 예능계 트렌드가 다시 본류(本流)인 버라이어티로 회귀할까.

최근 예능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로 벌써 시즌 6까지 진행된 tvN ‘신서유기’가 현재 가장 핫한 예능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으며, SBS ‘미추리 8-1000’(이하 ‘미추리’)가 출발을 알리며 금요일 밤 최강자인 ‘나 혼자 산다’를 상대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범인은 바로 너’는 호평 속 첫 시즌을 마친 이후 내년 시즌 2 론칭을 준비 중이다.

최근 예능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세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버라이어티 예능이라는 점이다.

하나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주어지는 게임과 상황 속에서 출연진들이 직접 발로 뛰고 상황을 만들어나가며 웃음을 전달하는 버라이어티 쇼는 2000년대 대표 예능인 ‘X맨’ ‘천생연분’ ‘동거동락’ 등의 부흥과 함께 전성기를 맞이한 이후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1박 2일’ ‘런닝맨’ 등의 야외 버라이어티로 진화하며 오랜 시간 예능가의 대표 장르로 군림해왔다.

SBS, MBC 제공
SBS, MBC 제공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외에도 ‘장미의 전쟁’ ‘스친소’ ‘리얼 로망스 연애편지’를 필두로 한 연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역시 2010년 초중반 ‘우리 결혼했어요’ ‘짝’ 등으로 파생되며 인기를 모았다. 이처럼 장르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보니 당시 예능계는 버라이어티 예능이 아닌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범람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버라이어티 예능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시감과 피로감을 느끼게 했고, 그 사이시청자들의 새로운 니즈에 맞춘 관찰예능과 오디션 프로그램 등이 트렌드로 자리잡음에 따라 자연스레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그나마 장수 프로그램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던 버라이어티 쇼의 대표주자 ‘무한도전’ 마저 지난 3월 종영한 후로는 KBS2 ‘1박2일’, SBS ‘런닝맨’과 tvN ‘신서유기’를 제외하곤 버라이어티 예능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위축된 버라이어티 예능 시장에 대해 SBS ‘미추리’의 정철민 PD는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오는 염증뿐만 아니라 관찰예능에 비해 다소 한정된 타깃 시청층 역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정 PD는 “에너제틱하고 웃음에 중점을 두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젊은 젊은 감성이 묻어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시청층에게는 파급력이 있지만 전체적인 시청층을 아우르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제작진 입장에서는 전체 시청률이 평가의 잣대가 되는 만큼, 그런 면에서의 부담 역시 버라이어티 연출을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또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의 컴퍼니상상 김주형 PD는 “버라이어티의 특성상 식상함을 피하기가 어려웠던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김 PD는 “버라이어티 예능이라는 판에서 잘 놀 수 있는 연예인들은 사실상 손에 꼽을 정도”라며 “그러다 보니 출연진이 중복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 곧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진부터 신선하지 못한 상황에서 버라이어티가 계속 부흥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타파가 필요했는데, 과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의 게임이나 미션적 아이디어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여기에 최근 시청자들이 날 것 그대로의 웃음을 기대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한계점에 도달한 버라이어티의 흐름이 주춤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MBC, SBS 제공
MBC, SBS 제공

이처럼 버라이어티 예능이 급감함에 따라 예능 트렌드의 중심에 선 건 관찰예능이었다. 2013년 ‘인간의 조건’ ‘아빠! 어디가?’ 등을 시작으로 등장한 관찰예능은 2010년대 중후반 MBC ‘나 혼자 산다’의 신드롬급 인기와 함께 대세 포맷으로 떠오르며 지금까지도 SBS ‘미운 우리 새끼’, tvN ‘삼시세끼’ 시리즈 등의 굵직한 대표 프로그램과 함께 사랑 받고 있다.

하지만 버라이어티 예능이 그랬듯, 관찰 예능 역시 예능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수많은 아류 프로그램이 줄이어 탄생하며 비슷한 연출,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을 찾아볼 수 없는 콘셉트들의 홍수라는 지적 속에 식상 하다는 평가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신규 관찰 예능 가운데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또 한 번 인기 장르의 포화상태를 맞이한 예능계는 다시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던 SBS ‘미추리’나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tvN ‘신서유기’ 시리즈 외에도 지난 9월 종영했던 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최근 2부작으로 짧게 선보여졌던 JTBC ‘인간지능-가장 완벽한 A.I.’ 역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기조를 두고 있었다. 관찰 예능의 인기 속에서 사장되는 듯 했던 버라이어티 예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유의미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버라이어티 예능의 부흥기가 다시 돌아오려면 이전에 버라이어티가 가졌던 한계점을 넘어서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저 관찰예능의 포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에 그친다면 돌아온 버라이어티의 수명은 이전보다 더욱 짧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주형 PD는 “아직은 버라이어티 예능이 새 막을 여는 과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범인은 바로 너’ 역시 단순히 승부를 겨루거나 게임의 승패에서 끝나지 않는, 궁극적인 스토리와 결합된 예능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던 프로그램”이라며 “버라이어티 예능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도전이었고, 공교롭게도 그 이후 ‘두니아’나 ‘인간지능’ 등 새로운 설정이 가미된 예능 버라이어티가 많이 나왔다. 아직 관찰 예능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리얼과 설정의 구별점이 명확하지 않은 이런 포맷이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이 시점이 버라이어티가 다른 형식으로 콜라보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도기라고 본다”고 전했다.

버라이어티 예능과 상금을 위한 추리 게임을 결합한 ‘미추리’의 정철민 PD 역시 버라이어티의 다양성 확보에 대한 공감을 표했다. 또 정 PD는 “이전 세대의 버라이어티와 달리 짜여진 설정이나 극화된 연출보다는 출연자들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자연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상황을 보여드리고자 주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노력을 덧붙였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며 신선한 웃음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예능계가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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