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하는 희귀식물은 많은 것이 좋을까요? 그 중에서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식물들이 많아지는 것이 좋을까요? 우리나라에서 희귀특산식물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열심히 조사하고 그 실태를 파악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식물들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더 좋은 일은, 보호를 제대로 받아서 식물들이 자생지에서 잘 살아가게 되어 더 이상은 사라질 우려가 없어지게 된 식물들이 많아지는 일이겠지요.
국립수목원에서는 산림청 산림보호법에 올라가 있는 희귀특산식물을 재평가하여 등급을 조정하는 일을 했습니다. 기존의 보호대상이었던 571종류에 새로이 알려진 식물들을 추가해서요. 사실 예전에는 여러 식물전문가들이 모여 희귀하다고 판단되는 식물들을 선정하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10년 전 식물학자는 물론 식물을 사랑하는 동호회분들까지 전국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힘을 합쳐서 전 지구적 수준에서 종의 멸종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정보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 목록(IUCN Red List)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조사해 만든 목록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재조정하는 막대한 작업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한라산 고산에서만 자라는 깔끔좁쌀풀처럼 분포면적은 거의 절반으로 축소돼 출현하는 정도는 만 배 가까이 감소하거나, 큰해오라비난초처럼 비교적 최근 미기록종으로 학계에 보고된 이후 서식지가 급속히 훼손되어 가장 위험한 등급인 CR(Critically Endangered)로 상향된 종류도 있습니다. 반면 설악산에만 있다고 알려졌던 다북떡쑥은 양양, 청송 등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어 감소추세인 VU(Vulnerable)로 두 등급이 낮아졌지요. 가는동자꽃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희귀식물로 함께 공동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큰 자생지가 사라지게 되어, 우리나라에서의 보전가치가 더 높아진 경우입니다. 사실 큰해오리난초는 제가 대표저자로 학회에 보고한 식물이어서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전체적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보니 많은 식물들이 등급이 낮아져 가장 멸종위기도가 높은 CR은 144종류에서 60종류로, 그 다음단계인 EN(Endangered)은 122종류에서 90종류로 줄었고 반대로 낮은 등급인 VU에 해당하는 것은 119종류에서 146종류로 늘었습니다. 이것은 식물들이 살기 좋게 된 것도 있고 많은 자생지가 알려지게 된 이유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연구하고 보전을 위해 노력해온 입장에서 보면 참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하면서 조사했던 자생지기록을 보니 3,750곳에 달하더라고요. 수많은 산을 오르내리며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생각해보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말에서 그치지 않고 식물이나 사람이나 제대로 돕고, 더불어 살아가게 만들고자 한다면 진정성을 가지고 앞에 펼쳐진 지난한 과정들을 하나씩 극복해가면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런 노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지난 십여년간 함께 걸으며 땀 흘려주신, 수십 분의 참여자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허리 굽혀 감사드립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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