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커버스토리>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경쟁력”
알림

<커버스토리>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경쟁력”

입력
2018.11.28 15:27
0 0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

‘플랫폼(Platform)’하면 지하철 승강장부터 떠올렸던 한국 사회에서 그 뜻과 쓰임새가 다변화한 건 넉넉히 잡아도 5년 전쯤이다. 특히 밥상 위 김치마냥 IT, 경제, 문화 등 온갖 분야에 밑반찬처럼 호출되면서 대중의 귀에도 친숙한 용어로 자리잡았다. 이제 웬만한 대중은 플랫폼하면 정확히 뭘 뜻하는지는 몰라도, 한두 술 정도 자신의 의견을 얹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플랫폼이란 용어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애초 ICT 자체가 ‘컴퓨터’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호(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플랫폼은 이제 당사자들을 연결해주는 걸 넘어, 사람들의 각자 마음 속에 있는 선호나 기호까지 끄집어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LG CNS 연구개발센터, 현대자동차 자동차산업연구실,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정책실을 거쳐 지난 4월 카카오모빌리티로 둥지를 옮긴 이 소장은 플랫폼산업과 디지털경제 분야 전문가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텍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아래는 이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IT 산업에서 ‘플랫폼’의 의미는 무엇인가.

“경제학에서 플랫폼은 ’구매자와 판매자, 양 당사자를 중개하는 것’을 지칭한다. 플랫폼이 없던 과거엔 구매자와 판매자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서로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양 당사자가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플랫폼은 시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중개하고,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참여자 효용도 같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카카오 T’를 예로 들어보자. 예전엔 큰길까지 나가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았다. 만약 날씨가 나쁘거나 하면, 택시를 잡는 고생의 정도도 올라갔다. 요즘엔 스마트폰 터치 몇 번 만으로 바로 잡고 호출한다. 구매자도, 판매자도 굉장히 편해진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지한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은 매우 빠르게 플랫폼을 확장 중인데도 우리는 너무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지 않나 싶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은 다른 분야의 플랫폼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하는 건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차량과 승객을 짧은 시간 안에 매칭해줘야 한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전자상거래 등 일반 플랫폼 사업에 비해 어려운 점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차량과 승객을 짧은 시간 안에 이어줘야 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는 시간 제한 없이 쇼핑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모빌리티 서비스는 다르다. 카카오 택시를 불렀는데 5분 내에 안 오면 배차를 취소하시는 고객들이 부지기수다.

짧은 시간 안에 승객, 기사 양자를 최적으로 매칭시켜주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다. 잘 모르는 사람은 ‘카카오 T’가 가까이 있는 택시를 거리 순서대로 매칭해주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도로 규칙, 택시 사업구역, 기사들의 선호지역, 교통 사정 등 고려할 변수들이 매우 많고 실시간으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따라서 모빌리티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 산업에 비해 난도가 높다.”

-그래도 ‘카카오T’는 성공하지 않았나.

“(우리 말고도) 국내에 사용자 확보에 성공한 플랫폼 서비스는 많다. 문제는 이를 통해 매출, 이익을 발생시켜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도 일부 검색 포털 플랫폼이 아니면, 이익 내지 못 하는 플랫폼이 상당수다.”

-우리나라가 플랫폼에 유독 취약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아마도 여러 규제 환경 속에서 매출과 이익을 끌어낼 모델을 상상하는 힘이 부족했던 게 첫 번째 이유 아닐까 싶다. 두 번째는 대규모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은 협소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의 기회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국내 성공 후 해외 진출’이라는 기존 타성에 젖어,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주저하는 것 같다. 물론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성공이 훨씬 어렵다. 정부가 IT 플랫폼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여러 유형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

-플랫폼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 선점’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경험적으로 알겠지만, 플랫폼은 특성상 여러 개가 공존하기 어렵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처럼 다양한 업체가 지리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은 사실상 ‘승자독식구조’다. 사용자들은 하나의 플랫폼에 익숙해지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욕구가 쉽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선점이 중요한 이유다.”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 활용 사례는.

“‘카카오 T’의 경우 대부분의 데이터가 정형 데이터다. ‘카카오 T 택시’를 예를 들면 출발지, 도착지, 호출 장소와 같이 정확한 값이 매겨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데이터들을 잘 구축해 (어플리케이션의) 의사결정 과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추출해낸다. 또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하든가,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한다.

특히 데이터를 통해 우리 경제와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년과 올해 발간한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는 이를 분석한 결과를 빼곡히 담은 책이다. 우리 사업의 기본 실적, 데이터로 본 사람들의 이동 행태, 일상적 변화 등을 담았다.”

-리포트를 살펴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진짜 필요할 때 왜 택시가 안 잡히는지 택시의 수요와 공급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부분도 있고, 플랫폼을 통해 거래의 양 당사자인 택시기사와 승객들이 어떤 편익을 얻었는지 살펴본 부분도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뒤 사람들이 택시를 잡는 시간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살펴봤다. 실제 데이터를 보니 대기업 밀집 지역에서 오후 6시 전후 택시를 잡는 비중은 올라갔고, 밤 10시~새벽 2시 사이 점유율은 많이 떨어졌더라. 데이터를 통해 하나의 사회현상을 보는 것이다. ‘카카오내비’로 본 인기 여행지 순위 1위가 ‘강원랜드’인 것도 재미있는 결과였다.”

-특정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을 우려하는 여론도 있는데.

“독점이 나쁜 건 독점 기업이 시장 구조를 이용해서 소비자의 편익을 무시하고 기업 자체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독점 발생 이후에도 똑같이 소비자를 중요시 하고, 기업의 이익은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가져간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나쁜 것 아니라고 본다.

과거엔 독점 기업이 되면 횡포가 심했다. 그러나 IT 기업은 그럴 수가 없다. IT 기업은 제로(0) 상태에서 큰 회사로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리 큰 회사라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만약 어떤 IT 기업이 독점을 일삼고, 윤리적으로 잘못된 기업이라면 소비자들은 쉽게 돌아선다. 쉽게 망한다. 평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충분히 성숙했고, 시민단체와 같은 견제기구도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 어떤 기업이 독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시대가 아닌가 싶다. 과도한 걱정이다.

아마존, 구글과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들은 플랫폼 승자가 되기 위해, 다시 말하면 시장 독점을 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독점 규제에 막혀 국내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해외 기업에게 잠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향후 플랫폼은 어떻게 진화할까.

“O2O(Online to Offlineㆍ온라인, 오프라인이 결합된 산업) 서비스는 사회 전반으로 더욱 확장될 것이다. 전통시장에서 대형마트로 소비자가 이동했듯이, 다시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이동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또한 플랫폼 내에서 ‘머신 러닝’을 통해 소비자의 선호를 학습하여 최적의 선택을 제안하는 기술도 발전할 것이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소비자를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도 제한적이지만 플랫폼에 어떤 방식으로든 결합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다양한 미래 기술과 함께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