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해 분리대응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사실상 차이 총통을 정치적으로 고사시키기 위해 이 같은 양동작전을 편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중국 공산당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대만 중앙정부를 무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국민당이 장악한 지방자치단체와 유대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2016년 집권 이후 줄곧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한 채 미국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대만을 독립을 추구해온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 정부를 아예 배제한 채 친중 성향의 지자체들과 직접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이번 대만 지방선거가 4년 전 마잉주(馬永九) 국민당 정권 시절 치러진 지방선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 데 따른 결과다. 당시 야당이던 민진당은 6대 직할시와 16개 현을 포함한 22개 광역지자체 중 13곳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이번엔 국민당이 무려 16곳을 장악했다. 국민당은 특히 민진당이 20여년 가까이 집권해온 가오슝(高雄)시장 선거에서도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다. 중국 입장에선 대만의 민심이 ‘친중국’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만 독립’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고 충분히 판단할 만한 상황이다.
중국은 우선 친중국 성향 국민당이 장악한 지자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만 지방선거의 핵심이슈가 경제 문제였음을 감안해 ‘친중국=경제 활성화’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앞서 중국은 차이 총통이 취임 후 독립 정책을 추진하자 국민당 소속 광역단체장만을 따로 초청해 유력 국유ㆍ민영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주선한 바 있다.
중국은 중국 본토에서 취업하거나 공부하려는 대만인들에 대한 문호도 더욱 넓힐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6개월 이상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거주허가증 발급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이 거주허가증을 발급받으면 고용ㆍ주택자금ㆍ의료ㆍ법률지원ㆍ사회보험 등 중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운전면허 발급과 항공권ㆍ기차표 구입, 각종 자격증 발급 등에서도 혜택이 상당하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만 지방선거에 대해 중국은 차이잉원 정부의 정책기조와 무관하게 친중국 성향의 지방정부들을 끌어들여 하나의 중국 원칙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면서 “중국은 대만인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제시하되 외교ㆍ군사적으로 차이 총통에 대한 압박의 수위는 훨씬 높여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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