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쓰비시(三菱)자동차가 26일 소득 축소신고 등의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 회장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곤 회장은 프랑스 르노자동차에선 회장직을 유지했지만 일본의 닛산(日産)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에선 ‘전 회장’으로 불리게 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NHK에 따르면 미쓰비시자동차는 이날 오후 4시30분쯤부터 1시간 여 임시이사회를 열고 곤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마시코 오사무(益子修) 최고경영자(CEO)는 “곤 회장의 취임 이후 회사 회생을 위해 함께 힘써왔고 닛산과의 제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사업기반도 꾸준히 강화돼 왔다”면서도 “그러나 CEO 입장에서 생각할 때 미쓰비시로서는 올바른 판단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해임은 피할 수 없는 힘들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는 지난 2016년 연비 조작 논란으로 경영이 악화하면서 르노ㆍ닛산 얼라이언스에 편입됐고, 이후 곤 회장이 르노ㆍ닛산ㆍ미쓰비시 등 3개 자동차 회사의 회장직을 겸임해 왔다.
프랑스와 일본 회사의 확연한 온도 차이로 인해 향후 르노ㆍ닛산ㆍ미쓰비시자동차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프랑스와 일본 정부는 물론 각 회사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자동차 사장은 이날 사내 TV 등을 통해 곤 전 회장의 체포경위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르노와의 제휴관계는 대등하지 않다”면서 두 회사 간의 지배구조와 제휴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신문들이 보도했다.
이는 전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이 TV에 출연해 르노ㆍ닛산ㆍ미쓰비시자동차 연합의 최고위직과 관련해 “르노 회장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최대 주주로 회사의 주요 결정에 의견을 제시해 왔다. 르메르 장관은 또 닛산 측이 르노 측에 곤 전 회장과 관련한 사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카와 사장의 발언은 이러한 프랑스 정부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르메르 장관과 사이카와 사장은 3사 간 제휴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뜻에는 공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주 개최 예정인 3사 연합 경영진 회의에서 임원 파견과 출자 비율의 재검토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르노는 닛산 지분을 43.4%를,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가 르노 지분 15%를 갖고 있으며, 닛산은 미쓰비시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3사 간 복잡한 지분 구조는 ‘포스트 곤’ 체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한편 곤 전 회장은 수사당국에 유가증권 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곤 전 회장과 함께 체포된 그레그 켈리 전 대표이사는 “곤 전 회장이 퇴임 후 보수 일부를 닛산으로부터 받을 계획이었다”면서 “퇴임 후 보수는 정식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가증권 보고서에 기재할 의무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들은 곤 전 회장이 최근 8년 간 총 80억엔(약 800억원)을 퇴임 후 받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매년 작성했고, 검찰은 이 각서를 의도적인 소득 축소신고의 증거라고 판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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