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아들 특혜 의혹 제기에… 당 지도부 격앙된 반응 쏟아져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혜경궁 김씨 계정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특혜 의혹을 끄집어내자 지지자들은 물론 친문(재인)계 의원들까지 격앙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측간 갈등이 확대되면서 당초 내부 분열을 우려해 언급을 피했던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불씨는 이 지사가 24일 검찰에 출두하기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촉발됐다. 이 지사는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은 저나 제 아내 모두 ‘허위’라고 확신한다”면서도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준용씨 의혹에 대해 재차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은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취업 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글을 작성한 바 있다. 외형상으론 이 지사 자신과 아내가 문준용씨 특혜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지만, 이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다시 끌어내는 한편 혜경궁 김씨를 수사하기 위해선 준용씨 의혹부터 밝혀야 한다는 ‘선전포고’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장 친문 진영 의원들 사이에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는 한 의원은 “궁지에 몰리자 정치탄압으로 몰아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가면 팩트는 사라지고 결국 소수의 지지층은 남는다는 계산이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문준용씨 특혜 의혹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5년간 우려먹은 소재이고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 결론이 났다”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그것을 다시 이야기하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사법부의 최종판단 이후 이 지사에 대한 징계 논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그러나 안팎의 환경이 급변하는 중이다. 이 지사의 준용씨 언급을 기점으로 지지자들의 반발이 조직화할 조짐을 보이는데다 비주류의원들 사이에서도 반이재명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이날 이 지사 측이 설령 기소되더라도 자진탈당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하면서 명확한 입장을 피하고 있는 이해찬 대표에게 출당·제명 압력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생경제가 좋지 않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민감한 시점에 화살이 문 대통령을 향한다면 사실 여부를 떠나 당에 무조건 마이너스다. 이 대표도 정무적 판단을 미룰 명분이 없다”면서 “검찰의 기소 여부가 결정되는 12월 13일 이후엔 이 지사의 거취와 관련해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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