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누그러지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기상 공식’이 이번 초겨울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 올 겨울 날씨는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한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아니라 이틀은 춥고 닷새는 상대적으로 춥지 않은 이한오온(二寒五溫)의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세먼지 역시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26일 환경부 대기환경정보사이트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서울의 하루 평균 기온이 8.4도에 머물며 추위가 찾아왔던 이달 1일 초미세먼지(PM2.5)농도는 19㎍/㎥로 ‘보통(16~35㎍/㎥)’수준이었다. 반면 기온이 11.9~12.8도까지 오른 5~7일 PM2.5 농도는 39~71㎍을 기록하며 ‘나쁨(36~75㎍/㎥)’수준까지 올랐다. 또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 영하 3.1도로 올 가을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지난 22일과 23일 PM2.5 농도는 각각 11㎍, 15㎍로 ‘좋음(0~15㎍/㎥)’수준이었으나, 25일부터 추위가 누그러지고 대기가 정체되면서 초미세먼지 농도는 다시 ‘나쁨’을 기록했다. 27일에도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5도, 대전 2도 등으로 전날보다 3도 안팎 오르는 가운데 대기가 정체되고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유입되면서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권, 전북, 경북에서 ‘나쁨’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기온이 낮을 때 대기가 깨끗해지고 날이 풀리면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높아지는 것은 찬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우리나라가 시베리아 고기압 등 찬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는 북서풍이 불면서 미세먼지가 희석돼 농도가 낮아진다. 반면 대륙성 고기압이 물러가고 이동성 고기압이 들어서면 날씨는 온화해지지만 대기가 정체된다. 이때 국내에서 생성된 미세먼지에 국외에서 생성된 미세먼지가 더해지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높아진다.
올 겨울엔 특히 시베리아 고기압 등 대륙성 고기압의 세력이 평년보다 약해지면서 비교적 따뜻한 날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센터장은 “올해 대기정체가 예년보다 자주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만큼 고농도 미세먼지가 길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겨울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쪽 바렌츠ㆍ카라해와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 베링해의 해빙(海氷)이 감소했는데, 이 역시 우리나라의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해빙이 녹은 지역은 그만큼 온도가 높아 고기압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밑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기압골이 강화되므로 추위와 함께 대기 정체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 이 경우 따뜻한 날이 아니라 추운 날마저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겨울철의 낮은 기온은 자동차나 발전소 등의 배출가스에 의한 2차 미세먼지 생성과도 연관이 있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겨울철과 봄철 야간에는 초미세먼지 주 성분인 질산염이 더 잘 생성된다”며 “추울 때 생성된 초미세먼지가 속도가 느린 이동성 고기압에 들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돼 더욱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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