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해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 있다”고 청와대 직원들에게 공직기강 준수를 당부했다. 최근 일자리 등 경제정책 성과가 나지 않고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과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 등 청와대 직원의 일탈이 도마에 오르자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임 실장은 이날 청와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일을 통해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 아실 것”이라며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또 “이번 일이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게 해야겠기에 스스로 몇 가지 다짐하면서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이고 더 나아가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이라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 실장은 또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넘은 시점에서 일이 손과 눈에 익었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상태로 관성이 이끄는 데로 가면 긴장감이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이라며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하라”고 주문했다.
비서실을 총괄하는 임 실장이 직접 나서 흐트러진 분위기를 수습,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심기일전(心機一轉)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 실장은 글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주례회의인 수석보좌관회의를 이달 12일과 19일에 이어 26일까지 3주 연속 거르면서 직원들의 느슨한 근무 기강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회의가 예정된 월요일에 다른 일정이 생길 경우 요일을 조정해서라도 열었던 경우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매주 월요일 오찬 회동은 빠지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집권 3년차를 앞둔 문 대통령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문 대통령이 부실한 보고를 올리는 참모에 쓴소리를 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청와대 내부에선 ‘보고 참사’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일각에선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김수현 정책실장에게 준비시간을 주기 위해 회의를 열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실별 내부 보고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주요20개국(G20) 순방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회의가 열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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