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끝에 2013년 지방자치단체 연구직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한 A씨는 입사 직후 한동안 동료들의 성희롱 발언에 시달렸다. A씨 동료들은 회식 장소에서 술을 마신 뒤 A씨에게 큰 소리로 “모텔 가자”고 외치는가 하면, 연예인 누드사진 유출기사를 언급하며 “원본을 보내주겠다”는 등 성적 모욕감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A씨는 이를 회사에 알리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 일로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A씨 남편은 부인을 괴롭힌 직장 동료들과 소속 기관이었던 지자체를 상대로 성희롱 및 사망과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성희롱에 대해서만 A측 손을 들어줬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6부(부장 황병하)는 A씨 남편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총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료들의 발언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한 행위로, 망인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 남편이 사망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사망과 불법행위(성희롱 발언)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최초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것은 직장 동료들의 성희롱 발언이 있기 전이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은 상담에서도 가족관계, 개인적 상황의 어려움을 호소했을 뿐 직장 스트레스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 이 같은 판단 배경이다.
유족들은 또 “지자체가 성차별적 근무환경을 방치한 탓에 우울증이 발병ㆍ악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망인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성차별적이고 권위적인 근무환경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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