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에 놓인 구상나무 등 한라산 고산지대 희귀ㆍ특산식물의 묘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에 걸쳐 한라산 구상나무, 산철쭉, 털진달래 등 희귀ㆍ특산식물 종자를 묘목으로 생산하는 시설인 양묘장 조성사업을 완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위해 도는 사업비 3억5,000만원을 투입해 한라산과 인접한 해발 700m 지점에 양묘장 1만5,000㎡외에 양묘시험장(7,400㎡), 실내양묘생산시설 2동(660㎡)을 추가로 조성했다.
도는 한라산 구상나무 등의 복원을 위한 양묘생산 기반체제가 마련됨에 따라 2026년까지 구상나무, 산철쭉, 털진달래, 시로미, 눈향나무 등 국내에서만 자생하는 5종의 희귀ㆍ특산식물 묘목 30만여그루를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방식은 이들 식물 종자를 한라산에 채취한 후 매년 2~3만여본을 파종하고, 5~6년이 지나 묘목으로 성장하면 단계적으로 고사목 발생지역 등에 심어 개체수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도는 또 내년에는 야외적응시험포도 조성해 희귀 특산식물은 물론 한라산에 자생하는 초본ㆍ습지 식물의 증식과 시험식재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도는 2017년 2,000그루와 올해 1,000그루 등 구상나무 묘목 3,000그루를 시험적으로 한라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가 대량 고사한 지역에 식재했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최대 규모이자 보존가치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라산 구상나무 숲 면적은 2006년 738.3㏊에서 2015년 626㏊로 112.3㏊나 줄었다. 10년간 15.2%나 사라진 것이다. 구상나무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제주 고유 재래종인 제주조릿대가 구상나무 치묘(어린 나무) 발생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릿대는 최고 1.5m까지 자라고 번식력이 매우 강해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뿌리를 내릴 수가 없어 말라 죽게 된다. 당시 식재된 구상나무들은 현재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면서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
나용해 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에 준공된 양묘장은 한라산 희귀 특산식물 보전을 위한 거점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라산 고산식물 보전을 위한 중장기 양묘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한라산 희귀특산식물 증식과 복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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