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맹활약에 벌써 FA 1순위 기대
대한항공 정지석(23)은 ‘어린 베테랑’이다. 20대 초반이지만 벌써 프로 6년 차에 국가대표 3년 차다. 대학을 거친 다른 선수와 달리 고등학교(송림고)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최초의 고졸 선수인 그는 2013년 9월 대한항공에 2라운드 6순위로 입단했다.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선수’로 평가됐는데, 올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시장)에 나선다.
공격과 수비 모두 리그 최상급이다. 26일 현재 공격 종합 2위(성공률 59.7%)로, 1위 요스바니(OK저축은행ㆍ60.2%)와 선두 다툼 중이다. 여기에 강력한 서브(5위ㆍ세트당 0.44)까지 장착했다. 수비 부문은 더욱 화려하다. 리시브 1위(효율 59.9%), 수비 2위(세트당 5.3)로 리베로(수비전문 선수)보다 낫고, 블로킹도 세트당 0.39개(9위)로 전문 센터 블로커 수준이다. 무엇보다 부상과 기복 없이 데뷔 이후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그의 맹활약에 힘입어 소속팀 대한항공은 승점 27점(9승 2패)으로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최근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 훈련장에서 만난 그에게 ‘배구 롤모델’을 물었더니 “보고 배워야 할 선배들이 너무 많다”면서 이야기를 한보따리 풀어냈다. 먼저 박철우(33ㆍ삼성화재)를 꼽으며 “항상 목이 쉬어 있을 정도로 파이팅 넘치는 형”이라고 했다. 팀 선배 곽승석(30)에 대해서도 “신인 시절 등 뒤에서 가장 많이 보고 배운 선의의 경쟁자”라며 엄지를 치켜 들었다. 또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전광인(27ㆍ현대캐피탈)의 점프력과 탄력을 부러워하는가 하면, 철저한 자기 관리 면에서는 올해 은퇴한 ‘대한항공 맨’ 신영수(36)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시즌이 많이 남았는데도 ‘FA 최대어’로 꼽히며 시즌 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올 시즌 V리그 직전 진행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상당수 감독이 모두 정지석을 FA영입 1순위로 꼽으며 ‘러브콜’을 보냈다. V리그 연봉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리그 연봉 1위는 팀 선배인 한선수(33)로, 6억5,000만원이다. 정지석은 “일단 제 할 일과 시즌 성적에 집중한 뒤 그 결과를 보상받겠다”라고 말했다.
해외 리그 진출도 꿈꿔볼 만하다. 특히 일본 V리그 남자부의 경우 올 시즌부터 아시아 국가 선수를 영입할 경우 외국인 선수에 포함시키지 않는 ‘아시아 쿼터제’를 도입, 한국 선수의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정지석은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조심스럽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온라인을 통해 이탈리아나 브라질, 일본 등 해외 리그 경기를 자주 본다.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도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팀 2연속 우승을 이루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올해 꼭 ‘베스트 7’에 꼭 들고 싶다”고 했다.
용인=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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