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식, 채권은 물론 석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피난처’를 잃은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 록은 “전 세계 증시와 채권이 25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마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1월 중순 기준으로 도이체방크가 추적해온 미국의 70개 자산군 가운데 90%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920년 37개 자산군 중 84%가 적자를 낸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전체 자산군의 1%만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 해와도 확연히 비교되는 수치다. 어떤 주식에 투자하든 이윤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실제로 4분기 들어 뉴욕 증시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밖에 유럽, 중국, 한국 등 주식시장에서도 주요 주가 지수가 최근 고점대비 약 1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베어마켓(약세장)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 가치도 하락하고 있고, 비트코인 가격도 지난 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5,000달러를 밑돌고 있다.
대표적인 안정 자산으로 평가되는 미국 국채와 금의 경우도 지난 10월 가격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가치가 떨어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세계 경제의 흐름에 따라 글로벌 펀드 투자자들은 손실을 떠안게 됐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팡(FAANG)’으로 불리는 미국 기술주에 투자해온 펀드들과 함께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찍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피에러 앤두런드의 ‘앤두런드 상품 펀드’도 큰 타격을 입었다. WSJ는 골드만삭스를 인용해 “26개의 펀드가 3분기에 페이스북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고 전했다. 티 로 프라이스 아시아태평양 멀티에셋 책임자 토머스 폴루엑도 이 같은 하락세에 대해 “그렇게 나쁘다고 느끼진 못 했지만, 돌이켜보면 꽤 비참한 해였다”며 “2019년에도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WSJ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까워졌다고 믿는 투자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렌메드 트러스트의 수석투자책임자 제이슨 프라이드는 “이런 하락세는 한 해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스위스 금융기업인 UBS는 신중하고 방어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UBS는 고객들에게 S&P 500지수 종목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라면서도, 위험 분산을 위해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UBS 선임투자책임자인 제리 루카스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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