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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비건 양털’로 마을 이름 바꾸라고? 비웃음만 산 동물권리단체 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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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비건 양털’로 마을 이름 바꾸라고? 비웃음만 산 동물권리단체 페타

입력
2018.11.26 15:22
수정
2018.11.26 21:5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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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남부 소도시에 개명 요청 편지

“비건 부정적 인식 키워” 비판 직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마을 이름을 ‘비건 울’로 바꾸는 것만으로, 동물 학대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국제 동물권리 단체 ‘페타(PETA)’가 ‘울(woolㆍ양털)’이라는 이름의 한 영국 남부 도셋 지역 소도시에 도시 이름을 ‘비건(veganㆍ완전 채식주의) 울’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당연히 영국에서 한바탕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편지가 온라인에 공개되자 페타는 영국 도셋 자치구 ‘울’ 도시 주민들로부터 질책과 조롱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같은 비거니즘(veganismㆍ완전한 채식에 더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의류나 동물실험을 한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 것) 운동가들 사이에서도 “비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키웠다”는 내부 비판을 받았다.

문제의 편지를 보낸 페타 런던 지사의 임원 엘리사 엘렌은 2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동물 학대에 대한 관심을 ‘재밌게’ 끌어 보려는 시도였다”고 해명하면서 “양모 산업은 따뜻하고 상냥한 산업이 아니다. (양털 깎기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이발’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엘리사는 편지에서 “양모는 엄청난 학대의 산물”이라며 “양털을 깎으며 업자들은 양의 머리를 때리고, 목 위를 짓밟고 올라서며, 전기 양털 깎기로 때리고 찌른다”고 고발했다. 이어 “빠르고 거칠게 양털을 깎은 탓에 양에 커다란 핏빛 상처가 남으면 진통제도 없이 마구잡이로 상처를 꿰매고, 그러다 심장마비로 죽는 양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남서부 도셋 자치구 소도시 울(Wool)의 위치. 구글맵 캡처
영국 남서부 도셋 자치구 소도시 울(Wool)의 위치. 구글맵 캡처

하지만 그 나름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 페타의 황당한 ‘개명 요청’은 냉소적인 반응을 맞고 있다. 영국 남부 소도시 ‘울’에서 몇 대에 걸쳐 울타리를 만들어온 가문의 앨런 브라운(81)은 “우리 마을이 도셋 지역의 조롱거리가 될 일이 있냐”면서 페타의 제안을 비웃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는 23일 보도했다.

페타의 편지는 일부 채식주의자와 동물권 운동가 사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말 보호단체 ’브루크’의 한 운동가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짐작이 가지만, 페타는 이런 어리석은 캠페인이 비건에 대한 오명을 남긴다는 사실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타가 지명을 두고 논란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미국 뉴욕의 ‘피시 킬(Fishkillㆍ물고기 죽이기)’을 ‘피시 세이브(Fishsaveㆍ물고기 구하기)’로 바꾸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영국 도시 ‘노팅엄(Nottingham)’을 ‘낫 이팅 햄(Not-eating-hamㆍ햄 먹지 않기)’으로 부르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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