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쉐보레 더 뉴 말리부를 공개하는 순간까지, 이번 더 뉴 말리부의 주인공은 E-터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시승 행사가 진행될 '강원도 인제스피디움'까지 더 뉴 말리부 2.0 터보를 시승한다는 이야기에 조금 실망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바로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쉐보레 더 뉴 말리부는 단지 '라이트사이징'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인 E-터보 엔진 외에도 '말리부' 자체의 가치를 끌어 올린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동서고속도로, 그리고 동홍천부터 인제스피디움으로 이어진 지방도에서 더 뉴 말리부 2.0 터보는 어떤 매력을 선보였을까?
대담한 존재, 더 뉴 말리부
쉐보레 더 뉴 말리부는 전면 디자인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역동성을 앞세워 과감함이 돋보이는 듀얼 포크 프론트 그릴을 앞 세웠고, 날렵한 헤드라이트를 더했다. 그 덕에 차량의 전장이 4,935mm로 기존 말리부 대비 소폭 늘어났다.
새로운 전면 디자인은 말 그대로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쉐보레의 다양한 차량들은 어느새 헤드라이트는 조금 더 얇고 날렵하게, 그리고 프론트 그릴을 더욱 크면서도 스포티하게 다듬고 있다.
2,830mm에 긴 휠베이스는 이전과 같이 유려하고 날렵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4도어 쿠페라고 할 수도 있으며, 또 패스트백 세단이라 설명해도 과언이 아닐 특유의 실루엣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후면 또한 새롭게 변화되었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더 뉴 말리부를 위해 세련된 실루엣이 돋보이는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더해 시각적인 매력을 한층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지고, 더욱 젊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넉넉한 공간에 만족감을 높이다
더 뉴 말리부는 기존의 말리부 대비 외형의 변화에 집중하다보니 실내에서는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넓은 공간감을 제시하는 듀얼 콕핏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마련된 대시보드는 좌우대칭의 구조로 우수한 만족감을 높인다.
특별해 보이는 건 없지만 깔끔하게 다듬어진 센터페시아와 스티어링 휭, 그리고 센터페시아 상단에 마련된 디스플레이 패널 등이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뉴 말리부의 실내 공간에 새롭게 적용된 요소로는 고해상도 8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다. 좌우 끝으로 밀어낸 아날로그 클러스터와 중앙의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이 조합되어 시각적인 만족감이 정말 뛰어났다. 해상도나 컬러의 표현도 무척 만족스럽다.
새롭게 디자인되어 시각적인 매력은 물론이고 주행 및 각종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그 만족감을 높였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한 디스플레이 패널은 더욱 깔끔한 아이콘, 그래픽 표현을 통해 시각적인 만족감은 물론이고, 사용성에 대한 만족감 또한 함께 개선했다.
공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사실 쉐보레 말리부는 이미 데뷔부터 넓은 공간을 자랑해왔다. 넉넉한 휠베이스를 통해 실내 공간에 여유를 마련했으며 체형을 가리지 않고 만족감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시트가 탑재되었다.
2열 공간 또한 넉넉한 레그룸을 통해 체격이 큰 성인 남성이 앉더라도 여유를 느낄 수 있으며 날렵한 루프 라인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있는' 헤드룸을 제공해 여유를 느끼게 한다. 이와 함께 넉넉한 적재 공간 또한 여전히 그 매력을 과시한다.
253마력을 내는 강력한 심장
쉐보레 더 뉴 말리부의 하이엔드 포지션을 담당하는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북미 시장에 판매되었던 V6 사양을 대체하는 '고성능' 엔진이다. 그렇기 때문에 253마력과 36.0kg.m에 이르는 풍부한 토크를 자랑하며 국내 시장에서도 '잘 달리는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여기에 6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전륜으로 출력을 전한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리터 당 10.8km로 출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북미의 다단화 변속기가 다소 부러운 게 사실이지만 이정도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패키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이빙의 품격을 개선하다
더 뉴 말리부의 드라이빙은 말 그대로 '드라이빙의 품격'을 한층 개선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존의 말리부 역시 견고한 차체와 넉넉한 출력, 그리고 쉐보레 특유의 포용력이 높은 하체의 조합을 갖춰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 뉴 말리부는 그 자리에 만족하지 않도 주행 전반에 걸친 개선을 이뤄낸 것이다.
가장 먼저 돋보이는 건 정숙함이다. 기존의 말리부 역시 정숙한 편이었고, 또 시승 차량의 컨디션이 좋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정숙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새로운 그래픽이 적용된 디스플레이 패널과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더해진 계기판 또한 '만족스러운 첫 느낌'을 연출했다.
말리부에게 있어 253마력의 엔진은 사실 그 자체로도 '차고 넘치는' 출력이지만 '발진 상황'에서의 다소 굼뜬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더 뉴 말리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순간, 말 그대로 '저항감 없는 가속'이 느껴졌다. 발진과 함께 속도가 더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전의 말리부가 이렇게 매끄러운 가속력을 갖췄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전보다 확연히 개선되었다는 느낌이 곧바로 전해졌다.
게다가 RPM이 상승하더라도 실내 공간으로 들어오는 사운드가 그렇게 거칠거나, 불필요할 정도로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 점 또한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출력 자체가 워낙 우수한 편이라 고속 영역에서 정속 주행을 이어가더라도 출력이 부족하거나, 차량이 버거워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변속기의 손맛이나 변속 속도는 아주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여느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변속기라는 생각이 들어 '대중을 위한 세단에 적용된 변속기'로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차량의 움직임 개선 또한 눈길을 끌었다. 사실 말리부는 기본적으로 포용력이 좋은 편이었지만 어딘가 건조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통상 '대중 브랜드'의 차량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은 납득할 수 있는 정도로 '괜찮은 느낌'을 선사했던 차량이다. 그런데 이번 더 뉴 말리부는 그 한계를조금 더 극복한 모습이었다.
먼저 기본적인 포용력 자체가 상당히 개선된 점이 돋보였다. 기본적으로는 '차량의 견고함'이 명확히 느껴지는 편이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이 '실내 공간'을 강하게 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다듬은 것이 돋보였다.
덕분에 일상적인 수준에서의 발생하는 범프로는 승차감을 해치기 어려울 정도였고, 또 즉각적인 리범프 덕에 곧바로 다음 주행을 준비할 수 있는 '내실'까지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한층 부드럽게 다듬어진 조향 시스템과, 출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더해지니 그 만족감이 더욱 커졌다.
끝으로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다루는 데에 있어 편안함이 있다'라는 것이다.
사실 쉐보레 더 뉴 말리부의 경우 전장이 4,935mm로 정말 길고 큰 차량이라 지방도를 날렵하게 파고들기엔 다소 부담된다. 하지만 인제스피디움을 앞두고 펼쳐진 연이은 코너 속에서도 '더 뉴 말리부'는 큼직한 체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날렵하고 경쾌히 움직이며 드라이빙의 만족감을 더욱 끌어 올렸다.
이외에도 다양한 안전 기능도 돋보인다. 제원에서 공개된 10개의 에어백 시스템, 우수한 차체 강성 등은 사실 '실제 주행'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주행 상황에서 손쉽게 느낄 수 있는 안전 기능 등을 확실히 만족스러웠다.
실제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이탈 방지 및 유지, 전방 충돌 경고 및 긴급 제동 등 다양한 기능들이 기민하면서도, 정말 부드럽게 개입하며 운전자에게 '위화감' 없이 더욱 안전한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좋은점: 한층 성숙된 드라이빙의 매력과 다양한 기능들
아쉬운점: 시장에 대한 쉐보레, 말리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더욱 섬세하게 다듬은 GM의 퍼포먼스 세단
쉐보레 더 뉴 말리부 2.0 터보는 이미 '퍼포먼스 세단'이라 말할 수 있던 말리부 2.0 터보을 더욱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듬고, 또 시각적인 매력을 더욱 개선한 모델이라 평가할 수 있다. 기업,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거두고 본다면 '차량 자체'로는 정말 매력적인 매력적인 고성능 세단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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