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한 잠룡 중 한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베이징(北京) 광폭행보’가 눈에 띈다.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관련 국정조사라는 암초를 만난 상황에서 사실상의 대권 행보에 버금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25~2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는 공식적인 목적은 양국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모여 지방정부 간 교류 활성화를 논의하는 제2회 한중 지사ㆍ성장회의 참석이다. 광역단체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시장은 오는 27일 지사ㆍ성장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자매결연 25주년을 맞은 서울시와 베이징시 사이의 교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박 시장의 베이징 일정은 촘촘하다. 25일 오후 베이징 도착 직후 ‘798 예술구’를 찾아 서울관광 홍보에 나섰다. 26일엔 베이징시와 ‘기후환경협력 공동포럼’을 열어 대기질 개선과 관련한 공동협력 연구과제를 논의한 뒤 서울시장으로선 처음으로 베이징대에서 강연을 했다. 이어 27일 한중 지사ㆍ성장회의에 참석한 뒤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방중 마지막 날인 2일에는 중국은행과 공동으로 ‘서울시 중국투자협력주간’을 열어 중국 자본의 서울시 투자 유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광역단체장으로서 자연스러워 보이는 박 시장의 행보에는 동시에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 시장은 베이징 도착 당일 특파원단과 저녁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등 자천타천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광역단체장들도 지사ㆍ성장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찾았지만 특파원단을 별도로 만난 건 박 시장이 유일하다. 그가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에 혁신과 창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건 듣기에 따라 대권을 염두에 둔 청사진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보인다.
베이징대 강연,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 방문, 리 총리와의 면담 등도 마찬가지다. 베이징대 강연은 중국을 찾은 역대 서울시장 가운데 처음이고, 중관춘 방문은 그간 유력 대권주자나 경제수장들의 필수 코스였다. 명목상 중국 국가서열 2위인 리 총리와의 면담 역시 정치적 무게감을 더할 수 있는 기회다. 국내에서 야당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되는 국정조사를 앞두고 국민에게 “진실을 봐달라”고 호소했던 박 시장이 해외 일정을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공세적인 행보를 펴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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