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1시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서울 5개 구(서대문ㆍ마포ㆍ용산ㆍ은평ㆍ중구)와 경기 고양시까지 통신장애를 겪었다. 병원과 경찰도 통신 연결이 되지 않았다. 만약 의도적인 테러였다면 사회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보완대책을 정부에 주문했다.
한국테러학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26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만일 위해 세력이 이런 국가기간시설 공격에 성공한다면 굉장한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재난 수준”이라고 규정했다. 통신이 마비된 상태에서 지하철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2, 3차 공격이 일어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유형의 차별,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생테러가 시사점을 준다”면서 테러 대비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까. 이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보듯 지하 통신구는 현대사회의 생명줄로 불리는 사회기반시설이다. 국가 혼란을 목적으로 한다면 (여기를) 공격하는 게 하나의 전술로 사용되기도 한다”면서 “정수장, 지하철 같은 교통 관련 시설에 대해서도 점검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교통 관련 시설에서 통신망이 두절되면 FM망을 통해 긴급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회 통신망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시에 재해ㆍ재난에 대비한 매뉴얼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새로운 대책이 나온다고 해도 재해나 테러가 발생하면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다만 조기에 안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이 교수는 “재난안전 국민행동 요령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당황하지 말고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994년 서울 종로5가 지하통신구 화재로 통신선 9만3,000회선이 소실됐고, 2000년 여의도 공동구에서 불이 나 인근 지역의 난방, 전력, 통신은 물론 증권 거래가 중단됐었다. 2003년에는 KT혜화전화국 서버가 웜바이러스 공격으로 불통되는 사태까지 겪었지만 기간시설 관리에는 여전히 구멍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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