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와 염소 뿔을 뽑지 않는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법안이 스위스에서 국민투표 끝에 부결됐다. 공영방송 SRF 등 현지 언론은 투표 결과 54.7%가 법안에 반대했고 찬성표는 45.3%에 그쳤다고 25일 보도했다.
법안은 뿔을 뽑지 말아야 할 이유를 가축의 존엄과 행복에서 찾고 있다. 소에게 뿔이 자라기 시작하면 진정제를 투약하고 뜨겁게 달군 쇠로 뿔이 자라는 자리를 지지는데, 이 과정에서 소가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농가들이 쇠뿔을 뽑지 않게 하기 위해 뿔을 그대로 두는 농가에 마리당 연 190스위스프랑(21만 6,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법안에 담겼다.
법안에 대한 주요 반대 사유는 ‘경제’였다. 연방 정부는 농업 예산이 증가해 다른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법안에 반대했다. 연방 정부가 추정한 비용은 3,000만 스위스프랑(340억원)이었다. 소뿔을 그대로 두면 소들끼리 싸우다 서로 상처를 입히고 사람도 다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었다.
법안은 부결됐지만 찬성 측은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8년간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한 아르맹 카폴(66)은 스위스 공영방송 RTS와 인터뷰에서 “소의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며 “이는 대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AP 통신은 법안에 공감한 이들이 도시 지역에 집중됐다고 26일 보도했다. 제네바 주의 경우 투표 참여자 5분의 3가량이 찬성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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