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연방정부 기관 공동 연구
“온실가스 계속 땐 기온 5도 상승”
백악관 “최악 시나리오” 축소 나서

기후변화로 연간 수천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하고 금세기 말에는 미국 경제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감축시킬 수 있다는 미국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기후변화의 영향력이 거짓이라며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보고서가 정부 내에서 나온 것이다.
13개 연방정부 기관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1,600여쪽 분량으로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4년마다 기후 변화를 평가토록 한 법적 의무 규정에 따른 것으로 과학자들이 정부 기조와 상관 없이 과학적 소신을 밝힌 셈이다. 백악관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대부분 최악의 시나리오에 근거한 것”이라며 보고서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미국 내 최대할인 쇼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인 23일(현지시간) 오후에 자료를 공개하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속도로 계속되면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5도정도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금세기 말 무더위와 관련한 사망으로 연간 1,410억달러, 해수면 상승으로 연간 1,180억달러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가뭄, 홍수, 무더위로 농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서부 지역에서는 현재 옥수수 생산량의 75% 이하만 생산되고 남부 지방은 콩 수확량의 25% 이상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난화로 인한 적조 현상은 조개 양식에 막대한 타격을 가해 2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야기할 것으로 예측됐다.
무더위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늘어나 중서부 지역만 해도 2090년까지 매년 2,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캘리포니아역대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된최근의 ‘캠프 파이어’ 산불과 같은 대형 산불도 매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환경정보센터 데이비드 이스털링 국장은 “지구의 평균 온도는 현대 문명의 경험보다 훨씬 더 높고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가 환경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간 지구 온난화를 부정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21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추수감사절 한파를 언급하며 “지구 온난화가 어떻게 된 거냐?”라고 비꼬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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