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 선고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 재판이 이번 주 시작된다.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 행사 여부, 피해자 김지은씨의 진술 신빙성이 쟁점이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29일 열기로 했다. 안 전 지사가 1심처럼 무죄를 받을지에 여론의 관심이 쏠려 있다.
우선 안 전 지사가 비서인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행사했는지 아닌지(업무상 위력 행사 여부)를 항소심에서 다시 다툰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가 위력의 존재감이나 지위(직책)를 남용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범죄 성립 요건으로 △위력의 존재 △위력의 행사 △행사된 위력과 간음 및 추행 사이의 인과관계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 등 상세한 기준을 제시했다. 안 전사 측은 이에 맞춰 항소심에서도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지 않았고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행사하지 않았으며 △애정관계에 의한 성관계 또는 신체접촉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씨 측은 “1심이 위력의 범위를 간과했다”고 반박한다. 김씨 측 정혜선 변호사는 “피고인의 막강한 권력, 피해자와의 지위 차이, 폐쇄적 조직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위력에 의한 범죄임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라며 “재판부가 법률에서 요구하지도 않는 ‘위력의 행사’라는 요건을 자의적으로 추가했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을 ‘업무 고용 등 관계로 인해 자기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위계나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만 규정한 형법 303조를 감안하면, 1심 재판부의 상세한 기준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김씨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역시 다툴 전망이다. 1심은 “피해자 스스로도 그 당시 자신이 가졌던 생각에 다소 일관되지 못한 증언을 하고 있다”며 김씨의 증언과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1심은 해외순방 중 발생한 첫 간음 사건 직후 △김씨가 안 전 지사의 선호 음식인 순두부를 하는 식당을 물색하고 △귀국 후 안 전 지사 머리를 손질했던 미용사를 찾아가 손질을 받으려 한 점 등을 볼 때, 위력 간음의 피해를 당했다는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정 변호사는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소송에 관여하는 변호사 인원을 1심(3명)보다 대폭 늘린 9명으로 지정하며, 안 전 지사 혐의 입증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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